안녕하세요, 소설 리뷰어 예문입니다. 문피아 무료란에 재밌는 소설이 많아 행복합니다. 오늘 그 중 하나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파랑손 작가님의 이블파티입니다. 아래는 소개글입니다.
게임 속에 빠졌다.
내가 만든 악당들과 함께.
직관적인 소개글입니다. 확실히 요즘 트렌드는 어딘가에 빠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게임이든 소설이든 어떤 다른 창작물이든 말입니다.
사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블파티. 개인적으로 저는 무슨무슨 공작가 아들로 환생했다느니, 천마가 되었다느니, SSS급 스킬을 얻었다느니 하는 제목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막상 보면 알멩이가 튼실한 경우도 있겠으나,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정말 손에 꼽을정도 밖에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직관적인 제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블파티의 주인공은 공무원입니다. 정해진 시간 출근, 퇴근이라는 톱니바퀴 같은 삶속에서 주인공을 살게 하는 건 한 20년도 넘은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에는 하드코어라는 모드가 있는데, 한 번 죽으면 캐릭 영구 삭제와 얻은 아이템 영구 삭제라는 패널티가 걸려있는 모드입니다. 이 모드 속에서도 또 극악한 PVP만을 고집하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스릴을 넘치는 하드코어 유저입니다. 평소와 같이 하드코어 모드에서 PVP를 하던 주인공은 트릭스터라는 이름의 유저에게 게임에서 있을 수 없는 버그와 같은 능력으로 캐릭터 삭제를 당하고 맙니다. 분에 차 씨근거리던 주인공에게 제안을 한 트릭스터. 홧김에 제안을 수락한 주인공은 새로 생성한 캐릭터에 빙의되어 깨어납니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합니다. 독자들이 많이 보던 전개죠. 한 게임만(한 소설이나 다른 어떤 창작물로 치환해도 상관없는) 주구장창 팠던 주인공이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플레이하게 된다는 전개. 그럼에도 제가 이블파티를 추천하는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재밌으니까!
제가 생각하는 소설에서 놓치지 말아야하는 것 1위는 흡입력입니다. 하지만 이 흡입력도 세세하게 나누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습니다. 지문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지. 주인공이 서 있는 곳의 묘사를 세세하게, 감각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주인공과 인연을 맺게 되는 모든 인물의 대사가 그 인물 자체를 보여줄 수 있게 매력적으로 쓰는지. 그 인물의 외양묘사를 허투루 쓰지 않는지.
그리고 이블파티는 그런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은 감각적이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분노를 토해내고, 절규하고, 기뻐해도 그걸 보는 독자들이 알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주인공이 분노한다면 어떻게 주먹을 쥐는지, 시야가 어떻게 뭉그러져 보이는지, 악다문 이빨에서 피맛이 어떻게 퍼지는지 따위를 묘사해야 합니다.
주인공이 슬퍼한다면 단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슬프게 만든 사건, 상황에서 평소 주인공이 느꼈던 배경이 이번에는 어떻게 그에게 느껴지는지를 묘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블파티는 감각적인 면이 많습니다. 챕터 2에서 눈을 뜨게 된 주인공이 몸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을 잘 묘사했습니다.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뽑아낼 때 딸려나오는 살점, 항구에서 맡는 썩은 생선, 바다 냄새, 영지 주위를 둘러싼 검은 색의 성벽, 얼굴을 덮치는 도끼의 서늘함. 좋은 묘사가 많은 소설은 좋은 소설이 됩니다.
이블파티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데 그 속의 배경은 당연히 주인공이 10년 넘게 플레이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인공이 스킵충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소설은 더욱 재미있어 집니다. 주인공은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플레이 해왔으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서 시나리오 전개를 모두 지나친 겁니다. 그렇기에 굵직굵직한 메인이벤트, NPC등은 알고 있어도 그 속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알려면? 직접 뛰어다녀야 합니다. 작가가 설정한 아주 재밌는 설정이고, 그렇기에 좀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이야기 전개가 많아질 것입니다.
이블파티에는 주인공 말고도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이 생성해놓고 플레이 하지 않은 여마법사 캐릭터, 엘렌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게임 캐릭터가 자의로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엘렌은 귀엽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츤데레의 속성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귀여워요. 체구도 금발의 자그마한 소녀로 묘사되는데,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주인공이 엘렌과 대화하던 모든 장면이 좋았습니다. 잡화점에서 나와 손을 포개어 잡고 충고와 부탁을 하던 장면이나 몸살에 걸려 앓는 엘렌을 간호하던 장면, 길가에서 산 꽃 팔찌를 팔목에 걸어주는 장면등, 이제까지 나온 모든 장면이 간지럽고 좋았습니다.
주인공 얘기를 안 할 수 없겠군요. 주인공이 빙의된 게임 캐릭터는 혈기사 클래스입니다. 기사의 종자였고, 185가 넘는 키에 다부친 체격, 눈매가 날카롭지만 잘생긴 얼굴, 큼직한 가운데 다리를 보유한 혈기왕성한 청년이 주인공의 외견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외견입니다. 혈조술이라는 고유 능력을 통해 피를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패와 칼을 들고 있긴 한데, 나중에는 도끼와 칼이라거나 대검으로 적진을 휘젓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쌍검도 좋고요.
액션, 전투 장면도 괜찮습니다. 와! 끝내준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건 아직 주인공의 실력이 일천한 것 때문인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직관적이고, 호쾌한 액션이 많으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블파티,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로우 판타지 장르, 간지 넘치는 액션, 조금 멋진 주인공, 예쁘고 귀엽지만 츤츤거리는 금발 소녀 마법사를 원하신다면 읽어보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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