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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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zx****
작성
20.06.11 22:43
조회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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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로맨스

PKKA
연재수 :
3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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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706
추천수 :
3,800

PKKA의 ‘경성활극록’.

“헌법? 그건 애국자법이 다 죽였겠지.” 국가를 위하는 심정이자 힘, 애국은 매우 막강하다. 사람을 열광시키기도 하며, 국가를 뒤흔들기도 하며,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때로는 지금껏 국가와 사람이 지키고자 했던 걸 포기하고 제한하면서까지 애국에 열광한다. 테러리즘을 차단하고 방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적절한 도구를 제공, 국가를 통합하고 방어하는 걸 애국이라 부르던 때도 있다.


그러나 애국은 본디 그보다 더욱 선하며 강렬하고 동물적이다. 만국이 경쟁하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든 이 앞에서 태극기가 나부끼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모습에서 애국을 느끼지 않을 이 없으며 적의 심장부를 뚫고 들어가 깃발을 휘날리는 이가 장엄하게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와 역량을 뛰어넘어, 시공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3.1운동 101주년을 맞이한 2020년, 대한민국은 전보다 강렬한 애국심이 진동하고 있다. 단순히 3.1운동의 101주년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과의 군사적, 경제적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문화예술계에서도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녹두꽃’, ‘봉오동 전투’, ‘항거’같은 작품들이 연달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몇 차례의 논란을 눈으로 마주하고 귀로 듣는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을 둘러싼 논란. 그들은 독립운동가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주의자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그들은 한국전쟁과도 연관된다. 그들을 독립운동가로서 국가가 유공자로 인정해야 하는가로 정치권도, 사학계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는 독일과 일본의 패전으로 군국주의가, 식민지 해체로 제국주의가,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사회주의가 연달아 패망하며 민주주의가 승리한 세계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말한 것처럼 역사의 종말을 선언해도 될 정도로. 그래서 현대에는 과거에 대해서 생각보다 너그럽다. 어느 정도는 그 시대와 그 사상에 대해서 너그럽게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정해주는 경향도 있다.(물론 이 과정에서도 군국주의는 예외적이다) 이 시점에서 본다면 독립운동과 연결된 이데올로기적 문제는 단순한 문제일지 모른다. 어차피 애국을 위한 일이었다면 그깟 이데올로기적 문제는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기에 지금도, 언제나, 앞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의외로 애국이란 원초적인 감정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당연히 출생지, 출생국이 있기 마련이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상 좋고 싫고에 대한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가 한국보다 앤티가 바부다에 감정을 가질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낮을 테다. 하지만 그 원초적인 감정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건 어렵고, 민감하며, 의외로 멍청한 짓이다. 애국은 원초적인 탓에, 그걸 직관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그때는 그 밑에 아무런 기반도 없이 덩그러니, 의미없이 서있을 뿐이다.

기반이 없는 애국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저 애국이라는 걸 모두 이해해야 한다면 레벤스라움을 외치며 3천만을 죽인 히틀러나 비폭력을 외치며 저항하던 간디나 모두 같은 애국이 된다. 김일성과 이봉창을 같은 자리에 둬야 하는 초유의 참사도 발생한다.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 원초적이면서 방어 기제로 쓸 수 있는 말이 없으니.

중요한 건 애국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반이다. 무슨 목적을 위해 애국을 하며, 무슨 사상을 갖고 애국을 하는가의 문제. 그 신념은 원초적 감정인 애국보다 고차원적인 존재다. 단순한 애국보다 더 위에서, 자신의 눈으로 국가와 애국, 그 너머의 시대를 볼 수 있다. 지금은 그게 퇴적되었기에 지난 시기의 애국을 내려다보며 평가하고 그 퇴적물이 무엇이며 우리가 퇴적물 위에 쌓인 애국이 무엇인지 인정할 수 있다. 과거는 달랐다. 퇴적되지 않은 시대, 오히려 퇴적물이 난입하던 시대가 있다. 바로 1920년대부터 1930년대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좀 짧고 명쾌하게 표현하자면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 20년의 전간기는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난립하고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무너지고 떠오를지 극히 화두가 되던 시대다. 유럽 제국들이 지배하던 질서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와 동양 열강, 전지구적인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독립 열기, 염세주의 아래 종교의 역할 축소,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사회 진출, 합중국의 부상으로 누구든 각자 실현하고자 하는 꿈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상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게 아시아에 미친 영향 역시 파장과 여진을 길게 남겼다. 그 복판에 경성이 있었고 ‘경성활극록’은 그 경성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경성활극록’이 다른 작품들과 특별히 대비되는 점이 있다면 앞서 말했던 그 애국과 사상에 관한 문제를, 굉장히 튼튼하게 퇴적해나가고 있다. 작품의 초중반부는 온전히 일본 제국 군인이 바라는 그 원대한 이상을 설명하고 조선 독립운동 세력이 가지는 걱정을 드러내며 한주리를 통해 조선 독립에 대한 의지가 발현하는 과정에 집중된다.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 애국심, 종교, 계몽운동까지 차례차례 지나가며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게 언제나 잘 먹힌다 말할 수는 없다.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주입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밝다. 이 작품에서는 그 어둠이 얼마나 짙은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묘사하거나 회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나 정작 그 어둠을 길게 표현하고 깊이있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여주인공이 가진 트라우마는 작중에서 계속 중요한 떡밥으로 남겨지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끙끙 앓고 있는 모습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몇몇 부분에서는 길게 끌고 있다는 인상을 주곤 한다.

일본이 나쁘다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직관적으로, 어느 장면에서나 드러내는 건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일본이 결과론적으로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아는 문제다. 일본의 수탈과 조선에 대해 압박하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비교될 정도로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구축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들이 어떻게 퇴적, 구축되었는지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을 설파하며 만주 침공과 만주국 건설이 어느 기반 아래 진행되었는지 말했던 것처럼,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어느 기반 아래 있었는지, 등장인물들은 무슨 사상을 위해 일본을 위해 애국하며 조선인을 쥐잡듯 잡았는지 보여줬어야 한다. 2차대전은 선과 악이 뚜렷하며 누가 악인지 분명하나 그 악이 뚜렷하다고 거기에 왜?라는 의문을 붙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어느 방향에서는 너무 주입식이다. 한주리의 트라우마가 중요한 문제임은 알고 있지만 그녀가 그 트라우마를 갖게 된 사건은 마치 한주리의 고모가 운영하는 모던타임즈 해방촌 테마파크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는 느낌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게스트의 말을 듣고 주입식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 마치 동물원에서 신기하게 생긴 백호를 보는 관광객과 같은 신세다. 이어지는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정독까지 그 내용을 담았다면 깊어지기는커녕 뇌관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 조연 인물인 최필성 사장이나 아오야기 중위의 혓바닥도 너무 길다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무협적 묘사도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순전히 개인적 판단이 개입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이 조선총독부 폭파를 위해 고스트 리콘을 찍고 있어야 할 상황에 동네 군소 건달을 상대로 원펀맨을 선보이는 건 종종 지루하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위에 있는 불만들은 사족은커녕 조금 눈에 띄는 흠에 불과하다. 초반부의 구성이 달랐다면 이 점들을 더 깊게 봤어야 겠지만 이 작품은 초반부터 사상적 기반 아래 인물들을 배치하고 조율해나가며 서술하는 구조가 뚜렷하며 유려하다. 이 작품이 일본의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전부 설명하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처럼 일본인들을 감정없는 나무판자로 세워놓고 기관총으로 쏘면 우수수 쓰러지는 존재로 그리지 않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건 서사를 끌고 가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기반에 깔려있는 구조, 그걸 구축해나가는 방식에도 달려있다. 작품을 볼 때 사람들은 어느 정도 합의를 보고 들어가야 한다. 인어공주가 백인이라는 묘사가 없어도 19세기 덴마크 동화라면 어련히 백인일거라는 합의처럼. 만약 그런 합의를 갖지 않은 상태로 갑자기 합의할 수 없는 장면이 튀어나온다면 사람들은 괴리감과 불만을 갖는다. ‘경성활극록’은 제목이 무척이나 무협과 같으며 활개치는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진중하고 무겁게 다가간다. 천천히, 사람들에게 다른 이데올로기와 사상을 설명하며 퇴적하고, 합의하고, 동조하도록 만든다.

어떤 경우에는 한 편에서 몇 가지 사상이 난립한다. 일본인이 자신의 사상을 읊조리고 독립운동가는 그것에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사상을 생각하고 스님은 불교의 방식으로 돌려 표현하고 민간인은 각자의 생각대로 나오는 걸 표현한다. 어느 면에서는 너무 난잡할 수 있지만 그 성격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며 이들이 어느 구조 때문에 양립할 수 없으며 각자가 중시하는 걸 위해 다른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나 알게 된다. 그리고 점차 다른 사상 위로 더 중대하다 생각하는 사상이 오르내리고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비로서 마음을 굳게 먹거나 자신의 신념을 명확하게 하곤 한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만약 신념이 어떤 구조 아래 올라갔는지를 모른다면, 그 인물이 다른 인물이 어느 구조 아래 올라있는지 모른다면 작품 속 등장인물은 그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등장인물,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 시대를 살아간다는 생동감, 그 시기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풍파의 깎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 초월적인 존재거나 마음이 없는 기계처럼. 그러나 여기서는 그 과정을 통해 이들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임을 알려주고 독자를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과연 이들의 판단은 어떤 판단 아래 내려지게 되고 타인, 타 세력과의 관계는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알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인물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존재는 그 누구도 없다. 누구라도 자신이 행하는 애국을 위한 사상과 기반을 쌓아올리고 있다.

이 덕분에 앞서 말했던 빛과 어둠의 문제가 다소 해결된다. 온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빛과 어둠의 문제는 명백히 어둠과 빛을 드러내줘야 한다. 그러나 작품에 들어가는 강한 섬광이 없더라도 작품은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방향으로 난반사를 시켜 폭을 넓혔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글을 읽으며 스펙트럼 빛 사이에 있는 어둠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둠 사이로 파고드는 빛에 무엇이 있었는지 앞서 말한 합의를 통해 느끼게 된다. 한 참의가 살아왔던 인생, 임시정부가 지닌 애환, 조선총독부와 산하 기관의 구조와 갈등까지도.

일본에 대한 묘사, 중국과 그에 발을 걸친 세력, 군소 건달들에 대한 묘사가 이 스펙트럼이 넓힌 빛 아래 수혜를 입는다. 일본의 조선지배에 얽힌 사상을 간접적인 방향으로서 읽게 되고 대협이라 부르는 이는 임시정부 경성지부와 쌍무적 관계 아래 어느 이익을 취하고 싶어하는지, 그를 위해 군소 건달이 어떻게 쓰이는지 느끼게 된다. 이게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일 수 있다.

세계최종전쟁론은 이 안에서도 도드라진다. 아오야기 중위가 매번 등장할 때마다 찬양하는 이시와라 겐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은 듣기만 해도 이상한 문제며 아오야기 중위는 뻐꾸기처럼 읊어댄다. 좀 짜증난다 싶을 정도로. 대북화성기도 저렇게 똑같은 말만 반복하지 않을텐데 생각되게. 그러나 이 세계최종전쟁론이라는 이론이 스펙트럼을 향해 쬐이면서 만주를 통해 조선을 보고 장교 아오야기의 사상을 통해 형사 오재두의 사상을 알게 된다. 몇몇 인물들의 혓바닥이 긴 덕분에, 다른 인물들의 혓바닥까지 길어지는 문제를 막는다. 물론 모두의 혓바닥이 길었다면 이건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옥이었을 테다. 그것만은 확실히 면하고 비켜갔다.

한주리가 통과하는 일종의 사파리같은 플래시백은 어떻게 보면 필요한 문제였을 수 있다. 한주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웃음을 잃게 되는 건 중요한 문제이나 원래 웃음을 지니고 있던 시기를 독자들이 짧은 묘사로만 이해하고 있으니 대신 충격 요법을 한 번에 강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천천히 드러내고 다시 웃음을 찾는 묘사와 대비시킴으로서 알게 만든다. 사파리 투어를 하는 꼴임은 변함없을 수 있지만 최소한 그 안에서 많은 걸 보고 이해하는 거다. 사파리에 있는 백호를 보면 그저 귀엽지만 자세히 보게 된다면 그 무언가 뒤틀린듯한 얼굴과 표정을 읽게 되는 것처럼.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높게 평가해야 할 문제는, 이 작품이 많이 연구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작가가 자신의 방식대로 잘 흡수하고 공부했음을 눈에 띄게 알 수 있다는 거다.

레퍼런스와 명언으로 글을 떡칠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부하면서 배운 자료를 글에다 때려박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한다면 전 우주의 역사를 레퍼런스와 명언만으로 연결시켜 정리할 수도 있다. 세상은 이미 이모티콘, 디시콘 만으로도 영화 줄거리를 연결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문제는 그걸 얼마나 흡수하느냐다. 한국에서 역사와 전쟁, 외교 그리고 첩보의 모습과 흐름을 가진 작품들은 매우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단순히 T-34/85 43년형과 44년형의 차이를 구분하거나 CIA에서는 자신들을 회사라 부르는지 델타포스는 항공사라 부르는지 이런 연구가 아니다. 그걸 얼마나 잘 흡수해 작품 속으로 녹아들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슬프게도 한국에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극히 미흡하다.(공교롭게도 서평을 쓰는 이쪽도 그렇다.) 김경진식, 김진명식 서술에 그치곤 한다.

여기서는 그런 느낌을 볼 수 없다. 불교와 그 사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만주국에 대해 모르는 이들조차 작품 속 인물들의 설명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카탈로그 스펙과 이데올로기에 대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존재가 설명하기보다 등장인물이 직접 말한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사람이 직접 읊었을 때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는 어색함을 찾기 어렵다. 적절한 말장난과 곰곰히 읽어보면 보이는 역사에 대한 스포일러, 인물들간의 차별화되는 발언과 양식의 뒤로 보이는 흡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료들을 흡수해내 인물에 적용시켰다. 결정적으로 그 시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상태로 쓴 글이다.

문학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어가기도 하나 눈 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도 난이도가 낮은, 접근성이 좋은 문학들이니까. ‘우리들’이나 ‘인간문제’같은 작품들로 문학적 접근을 시도했다면 수준 높아보일지언정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적절하다. 하트 병사와 붉은 여왕이 어렵기로니 29세기의 은혜로운 존재에 비할 리 없다.

결론적으로-사실 결론적이라 말하기에는 완결난 작품이 아니나- 이 근래 찾아볼 수 없는 탄탄한 퇴적물이 작품 내적 외적 양면으로 모두 갖춘 작품이다. 각자 다른 퇴적 구조물 위에서 애국을 쌓고 서로를 겨눈다. 그러면서도 특정한 정치적 사상을 전파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독립운동에 대한 인정이야 당연히 존재하나 그조차 한 발자국 정도는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 애국자들의 싸움과도 같다.

애국이라는 것에만 국한되며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없었고 그것들이 쌓이는 퇴적 과정이 없었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야기와 전개가 가득하다. 작품 속 인물 속에서 직접 뛰어다니는 이들은 아직 자신의 퇴적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고 그 위에 자신의 애국을 공고히 한다. 그 애국이 완성되어있는 동물적인 애국보다 훨씬 의미있는 애국이자 사상적으로 구축된 애국임에는 틀림없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었다. 초중반에 걸친 사상을 쌓고 애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니까.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있다. 이제부터는 작품이 단단하게 쌓아놓은 지반 위에서 애국자들이 마음껏 휘몰아치며 땅을 굳게 만들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흘려야 한다. 지금껏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면 이제부터는 폭풍 위에 몸을 맡겨 그 속에 휘말리는 시간. 극의 분위기의 급격한 전환, 인물의 퇴장과 변화, 점차 다가오는 결론이 이제 몸을 일으키며 우레 소리를 일으킨다.


Comment ' 3

  • 작성자
    Lv.28 PKKA
    작성일
    20.06.12 11:10
    No. 1

    훌륭한 리뷰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3

  • 작성자
    Lv.99 ak***
    작성일
    20.06.12 22:18
    No. 2

    훌륭하고 전문적 분석적으로 보이는 리뷰...그러나 본작품도 아니고 리뷰에 투자하는 내 참을성으로는 결론까지 도저히 읽을수가 없어 어떤작품인지 알수가 없다 ...상소문 보는 조선의 왕 기분이 이랬을까...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6 검은사하라
    작성일
    20.06.21 18:22
    No. 3

    ㅜㅡㅜ 제발 감상문 말고 추천글로...ㅠㅡ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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