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글을 읽기전까지는 웹 소설과 추리 소설은 서로 양립이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추리소설의 템포에 맞추다 보면 웬만한 필력이 아닌 이상 편당결제의 한계로 처음 한 두 사건은 괜찮겠지만, 그 이후에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거라 생각했고
웹 소설의 빠른 템포에 맞추다 보면 추리 소설 특유의 주어진 정보들을 통해 범인을 추측하는 근본적인 재미를 놓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화 덧글란에 진범의 이름을 적는 몰상식적인 사람들도 나올 수 있고요
그런데 이 소설은 저의 이러한 걱정들을 괜한 걱정이라고 일축하듯이 교묘하게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회귀자입니다
미래에 연쇄 테러리스트에게 아내를 잃고 본인마저 살해당해버린 비운의 인물이죠
그는 죽기전에 범인에게서 자신이 주인공과 탐정학교의 동문이며, 사실 꽤나 사이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회귀하게 되죠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탐정이 아니라 탐정 '지망생'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 나온 연재 본에서는 실제 살인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추리소설에서 사용되는 트릭 등을 응용한 묘수풀이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학교 입학 시험이나 수행평가등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푸는데 다른 소설들에서는 잘 볼 수 없던 장면들이라 꽤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꽤 놀라웠던 것은 간단한(?) 묘수풀이를 통해 주조연들의 인물묘사를 잘 보여줬다는 부분이었어요
배경이 탐정학교이다 보니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도 경찰, 기자, 과학수사관, 경비업체 등 해당 분야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 인물들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주인공이 다른 추리 소설들의 주인공처럼 혼자 모든 사건을 해결해버린다면, 주변 등장인물들의 매력과 존재감이 사라질 수 밖에 없죠.
에피소드가 끝나면 사라지는 추리소설의 조연들과 다르게 학원물에서는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에요
이 소설에서 추리는 주인공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가진 지식, 착안점, 성향에 따른 추리 결과를 내놓고, 그 퍼즐 조각들을 맞춰서 하나의 그림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탐정학원 Q가 연상되기도 했어요
추리 소설은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의 묘수풀이 파트에서는 확실히 그런 요소가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웹소설식 템포에 맞추다보니 몇화 지나지 않아서 문제들이 해결되버리니까요
그런데 최신화에서 작가님이 주인공에게 나온 수수께끼들을 사진까지 올려가면서 묘사하는 걸 보니, 작가님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소설은 독자들이 추측하고 몰입 할 수 있는 요소가 따로 만들어져 있어요
회귀를 한 주인공은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한 자신의 아내에 대하여 떠올리려 하지만, 왠지 아내와 관련된 모든 기억들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것은 아내가 주인공과 학교 동문이었다는 점뿐
그래서 주인공은 미래의 테러리스트가 될 M과 자신의 미래의 마누라를 찾기 위해 추리를 하게 됩니다
미래의 아내 찾기, 테러리스트 M 색출하기기 등의 요소가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요소이다 보니, 독자의 추측을 통한 몰입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해요
그 외에도 셜록 홈스, 검은 고양이 등의 고전 추리 소설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 소설들인 관 시리즈 같은 특수설정 미스터리 장르도 작가가 언급하는 걸 보면, 작가도 진성 추리소설 덕후인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님이 본문 내에서 언급하거나, 오마쥬한 요소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걸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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