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느 장르의 소설을 쓰던 그 나름의 수고로움과 창작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고, 등장인물들이 그 세계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체역사만큼 만지기 힘든 소설이 또 있을까? 시대의 고증을 지켜나가면서 주인공의 행보에 의한 변화가 개연성을 벗어나면 안되기에 그리고 고증을 벗어나는 순간 많은 독자들의 비난에 직면하기 일쑤이기에 더 그렇다.
최근에 들어 플랫폼에 많은 대체역사 소설들이 눈에 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국지가 주류를 이루고 드문드문 우리내 역사 속으로 트립하는 소설들이 보였지만, 최근엔 히틀러, 스탈린, 미군, 심지어 중국 근대사 속 군벌에까지 그 형태가 다양해졌다.
이런 수 많은 대체역사들 속에서도 군밤이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근대사에 대한 작가님의 폭 넓은 지식. 둘째, 실존 인물들을 다룸에도 입체적으로 살아숨쉬는 등장인물들. 셋째, 흔히 만따먹 일따먹이라 불리는 제국주의나 군국주의를 답보하지 않고 조선 후기에 던진 작은 돌이 시나브로 퍼져나가 역사를 개변한다는 점.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개연성이 깨지지 않는 다는 것. 다섯째, 감히 순문학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작가님의 필력에 있다.
역사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 때론 굽이치고 때론 범람하지만 때론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쟁과 개발딸이란 급류타기에 지친 여러 분들이라면 고인듯 잔잔히 흘러가는 고종, 군밤의왕에 작은 조약돌을 던저가면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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