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잡는 것은 매우 아픕니다. 네. 매우 아파요.
하기 전에도, 하는 도중에도, 하고 난 뒤에도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이지요.
이 소설의 주인공, 서준이는 포경이 싫었습니다. 물론 남자라면 당연히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끔찍한 경험 중 하나겠지만 서준이는 이 포경을 진짜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오죽하면 포경, 그러니까 고래잡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가입해서 진짜 고래를 잡는 것을 막으려고 했을까요.
어쨌든 서준이는 그렇게 포경꾼들이 고래를 잡는 것을 최전방에서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뒤집힙니다. 동료의 점검실수로 엔진이 작동하지 않은 탓이죠. 그렇게 그는 물에 빠지게 되고,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다시 눈을 뜬 그는 낯선 천장, 이 아니라 낯선 하늘 그리고 바다에 있었습니다.
눈을 뜬 그를 맨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성격 좋은 이방인이 아닌 그가 그렇게 살리려고 했던 고래입니다. 네. 고래요. 좀 다르게 생기긴 했기고 사람을 먹지만 어쨌든 고래입니다.
어쨌든 그 고래는 자기 동족을 수없이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서준이의 발을 콱 하고 물어버립니다.
발을 물린 서준이는 당연히 저항했고, 이 싸가지없는 고래는 서준이를 안 잡아먹고 가지고 놉니다.
방심한 거죠. 방심을 했으니 똑똑한 주인공 서준이는 바로 그것을 알아채고는 기회를 노려서 이 싸가지없는 고래한테 죽빵을 날립니다.
그렇게 맨손으로 고래를 퇴치하는 위업을 이룬 서준이는 갑자기 수평선 너머에서 뿅 하고 나타난 섬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헤엄칩니다.
그리고 가까이 와서 봤는데, 사실 섬이 고래였던 겁니다. 엄청 커다란 고래. 방금 고래한테 죽을 뻔했으면서 고래가 타라는 듯이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로 타는 순진한 주인공... 이래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버텨낼지 진짜 걱정되는데 그때 딱! 하고 내가 저 주인공 뜯어고쳐준다 라고 얼굴에 쓰여있는 것처럼 멋지게 작살로 주인공 옆으로 올라오던 고래를 죽이고 나타난 아재.
그렇게 주인공은 아재한테 6년동안 정신교육 겸 고래잡이교육을 받게 됩니다.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개쩌는 능력은 덤으로 얻고요.
교육의 결과, 주인공은 한 명의 어엿한 작살꾼이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인공한테 목적성이 딱히 없어서 하차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냥 다양한 고래 잡고 끝 아니야? 하실 수도 있는데, 외해(주인공이 있는 바다, 들어온 사람 중 아무도 나간 사람이 없음)를 나가겠다는 명백한 목적이 있고, 외해를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이상 말하면 스포일 것 같아서...
어쨌든 이 식인고래(일벨리라고 불러요.)들을 잡는 것이 주 스토리입니다. 되게 재밌어요. 고래들 진짜 다양하고, 설정도 특이해요. 전 특히 외해가 사실 어떤 고래가 중심에서 물 빨아들이고 있고, 그쪽으로 해류가 형성되어서 아무도 나가지 못했다는 설정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취향에 맞으시다면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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