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유화는 옛날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데, 아직 12살조차 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민준은 유화를 보면 항상 고개를 숙이고 웅크려있기만 했다.
이 모습을 처음 본 유화는 민준한테 다가가 어린 목소리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라고 말했지만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싶어 바로 옆에 앉아 말을 걸기도 했지만 대답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던 차, 어린 시절의 유화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그것은 바로 싸늘하게 있는 얼굴에 한쪽 손을 대는 것이었다.
처음 생각했을 때에는 양손을 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양손으로 얼굴을 잡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고, 부담감을 팍팍 줘버려 기름에 불에 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기에 한쪽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로 했다.
[ .....자, 어때? 이러면 조금 기분이 나은 거 같아? ]
어린 아이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 시작하자, 민준은 계속 웅크리기만 했던 것이 풀리고 천천히 유화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 …… ]
[ 다행이다. 계속 웅크려 있으니까, 나 네가 걱정되어서 왔어. ]
‘그것도 벌써 엄청나게 옛날 일이야…..’
갑작스럽게 옛날 기억이 떠올라 현재 상황하고 겹쳐 보이니, 둘 다 모두 성장했지만 상황은 어째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방법이지만, 지금이라면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라고 생각했기에 긴장감이 들기는 해도 민준이 당황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움직였다.
“……..”
그저 말없이 어린 시절에 했던 것과 똑같이 했을 뿐인데도, 바로 앞에서 눈에 띌 정도로 보이던 떨림이 천천히 멎어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활발하게 움직이고 다니니까 나보다 체온이 높지 않을까, 라고 유화는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얼굴이 훨씬 차가워서 꽤나 놀랐다.
아주 어렸을 때랑 똑같이, 달라진 거 1도 없이 하는 동작이지만 효과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컸다.
시간이 계속해서 지나고, 민준의 몸 떨림이 계속해서 멎어가다가 완전히 멈춘 후, 유화는 가까이서 얼굴을 어루어 만지면서 민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민준아.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어."
천천히, 당황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부드럽게, 평소 듣기 좋은 하이톤이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듣기 좋은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그 이전에도 민준이 유화의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같은 중요한 상황에 그런 상황을 떠올리니 유화 스스로도 웃음이 날 거 같아 살짝 괴로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웃음을 짓는 것이 맞는 걸까, 그런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그 말 기억나? 네가 감정을 되찾은 후 나한테 제일 첫 번째로 말했던 것."
네 목소리 정말 좋다고 생각해. 하이톤이지만, 여자라면 다 그런 거 같.....지만, 그게 네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
"감정을 되찾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 이미지가 너무 깨져서 한 동안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던 적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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