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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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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님. 저희는 다 끝났으니 이제 편히 복용하시지요. 저희가 호법을 서겠습니다."
"그럴까?"
마지막으로 내가 이화단을 입에 넣고 가부좌를 틀자 구룽과 천자운이 바짝 서고 이를 흉내 내듯 쓸데없이 많은 문도들이 나를 둘러싼다.
"에이 씨, 비켜 좀. 답답하다."
멋쩍은 문도들이 살짝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화단을 삼키고 운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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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아...!
까맣던 눈앞에 갑자기 한줄기 빛이 쏟아지더니 몸이 공중으로 뜬다.
이윽고 절경이 펼쳐진다. 천지 사방이 다 하얀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나온다.
한없이 공중으로 치솟던 몸이 어떤 보이지 않는 벽 또는 그물망 같은 것에 부딪힌 후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몸을 빙글 돌려 위를 쳐다 보니 빛으로 이뤄진 것 같은 그물이 쳐져 있고 벼릿(綱)대 사이사이 쳐진 그물눈(目)마다 빛나는 구슬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구슬이 탐스러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안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색의 무언가가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뻗은 손이 구슬에 닿으니, 안에서 소용돌이 치던 무언가가 빠르게 하나로 합쳐지며 명확한 형태를 이룬다.
그것을 보자마자 이것은 누군가···아니 무언가의 눈동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백 수천 개의 구슬들이 하나같이 같은 형태를 한 채로 나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다.
이 구슬은 이제 완벽히 안구와 같은 형태를 하며 내 모습을 반사해 비추고 있으며, 나 역시 이 구슬들과 마주하어 눈싸움을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쯤에야 나는 비로소 내 몸이 엄청난 속도로 땅을 향해 하강하고 있음을 뒤늦게 눈치챘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것만 같던 하늘과 빛줄기는 이미 수백 수천만리의 거리로 멀어진것같이 보인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운 공간에 내려와 있다. 아무리 눈을 감았다지만 약간의 빛은 보이기 마련인데도 이곳은 그런 수준의 어둠이 아닌 마치 내 무쌍흑의 아니 반타흑의같은 수준의 어둠 너머의 어둠이다.
귓가에는 파도 같은 소리가 들려오더니 코 아래에서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비릿한 냄새가 풍겨 온다.
이내 무언가 감촉이 축축하고 끈적한 액체가 발아래서부터 차오르더니 이내 배꼽, 가슴을 순식간에 가득 채울 때, 나는 이 냄새가 혈향(血香)임을 알아챘다.
내가 이를 알아채자마자 이 액체는 스스로 의지라도 가진 듯 바다처럼 불어나 내 얼굴과 머리 전체를 잠기게 하였다. 귓가가 먹먹해지면서 물속에 잠긴 듯 물보라 소리만 들려온다.
숨을 참으면서 운공해 저항해 보려 해봤지만 이를 무시하듯 감은 두 눈을 포함한 일곱 개의 구멍으로 밀물처럼 밀고 들어온다.
이 광경을 누군가 보았다면 ⁴칠공분혈(七孔噴血)이 아니라 반대로 칠공창혈(七孔漲血) 이나 칠공흡혈(七孔吸血)이라 하였겠지.
카와노사로 부터 처음 내공심법을 배워 운행해 보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쯤 되니 슬슬 심중에 흡사 굳센 깃발처럼 단단히 꽂혀 있던 중행(中行)의 경지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며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근거 없는 의심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혹시 양가주가 나를 독살하기 위해 영단이 아니라 독약을 준 것인가?'
ㅡ아니다. 은침으로 모두 확인해 보았을 뿐 더러 양현이든 양홍이든 나를 독살하여 얻을 것이 없다.
게다가 다른 모든 문도들의 내력이 정순해지면서 기세가 단번에 확장되는 것도 확인한 터였다.
'그럼 혹시 그간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들로 인해 내 마음에 일말의 마가 침입해 들어온 것인가?'
ㅡ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일 전에 공언한 것처럼 내 마음에 기준을 세우고 사사로움을 배제하여 단행하였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관조해 보아도 한 줌 스스럼이 없는 것은 매한 가지다.
혹시 앞서 논성을 하면서 '자가월라'의 유혈상천에 관하여 논할 때에 내 마음에 무엇인가 동하는 것이 있었는가?
이대로 잠식이 되는 것이 바로 노사께 귀에 딱지가 앉게 듣던 주화입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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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中-
건'달만 '패'려고 배운 '무'공이 '인'간 중 '최'강으로 만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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