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미성 작가의 신작, 《망겜의 성기사》를 추천합니다.
느닷없이 벌어진 세계적 격변. 던전과 몬스터가 생기고 전근대적인 병기를 사용하는 초인들에 의존해 사회가 유지되는 현대 지구.
소위 헌터물·레이드물이라는 포맷을 따른 글입니다.
게임의 능력을 가진 초인, 레이드, 레벨 업, 관찰자의 주시 등, 귀환한 영웅, ■■ 등, 마치 유행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글이지만 여기에 검미성 특유의 꾸밈없는 묘사가 어우러져서 독특한 재미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황건욱은 비현실적인 피지컬을 타고 났지만, 그의 삶과 멘탈리티는 현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다르지 않죠. 다른 인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꾸밈이 없지만 그래서 신선한 묘사는 인물뿐만이 아니라 소소한 설정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체급을 초월한 초인적인 근력과 내구력이 있는 전사가, 역설적으로 더 무거운 장비를 추구한다거나, 부활 마법에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이것이 실제로 사회 제도 및 문화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거나…….
가장 큰 장점은 이 글이 매우 날씬한 글이라는 것입니다.
그 흔한 스테이터스 창조차 없으니까요. 하염없이 스크롤되는 시스템 메시지, 스테이터스 창, 아이템·스킬 설명을 자제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유료 연재를 하는 작가로서 무미건조하게 분량을 메꿀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전작 《신을 먹는 마법사》에서도 느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글쓰기가 매우 좋더군요.
필요 없는 정보를 최대한 덜어내니 그만큼 뒷전개를 예측하는 재미도 있고요.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의 장점으로 꼽아봤는데, 막상 보자면 군더더기를 달더라도 되도록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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