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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6 열령
작성
18.12.09 19:18
조회
1,087
표지

독점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구팽이
연재수 :
0 회
조회수 :
580,768
추천수 :
25,393

제목에 쓰인 말은 모 게임소설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죠. 뭐라 제목을 쓸까 고민하다가 딱 들어맞는 것 같아서 인용했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게임이지만 놀이가 아닙니다. 게임인데 게임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그만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현실만큼 치밀하고 똑똑하고 사랑스럽고 악독한 인물들이 넘쳐납니다.


대강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민서라는 평범한 청년이 레나 키우기라는 게임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민서는 게임 안에서 여주인공, [레나]의 소꿉친구, [레오]가 됩니다. 레나는 예쁘고, 활발하고 ,착하고, 레오만을 생각하는 히로인입니다. 레오 역시 잘생기고, 착하고, 능력있는 청년으로 사냥꾼인 아버지의 대를 이으려 합니다. 민서는 레오라는 캐릭터에 생리적으로 동화되어 버려서 레나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레오는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레나와 결혼하여,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하고 결혼합니다.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게 끝나버렸습니다. 모든 인물이 사라지고 엔딩크레딧이 뜬 뒤 게임이 리셋되어서 다시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레나가 기사를 꿈꾸는 처녀가 되어있고, 레오는 레나의 동료이자 약혼자가 되어있습니다. 민서는 겨우 레오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현실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생리적으로 동화되어버리고 또 다른 엔딩을 맞이합니다. 이번에는 레나가 전쟁터에서 죽는 배드엔딩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또 계속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레오는 각종 업적을 통해 능력을 쌓아갑니다. 과연 민서는 레나를 공주로 만들고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가 줄거리였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은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아실겁니다. 아마 전직 용사이던 주인공이 딸을 키워서 여러 엔딩을 보는 게임이죠. 그 과정에 따라 딸은 공주가 될 수도 있고, 여왕이 될 수도 있고, 마왕이 될 수도 있고, 기사가 될 수도 있고, 창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대로 키워보고 삭제하면 그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죠.

근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레나 키우기’라는 게임의 문제는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원한다면 행복한 엔딩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러면 게임이 안 끝납니다. 무조건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엄청 힘들고 고된 과정입니다. 분명 게임인데...놀이가 이닙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고난과 시련, 행복과 사랑, 고뇌와 반성이 바로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작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번째, [감정이입]입니다.요즘 웹소설들을 보면 인물이 배제되어있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레벨업하고, 능력 얻고, 강해지고, 퀘스트깨고, 몬스터잡고, 왜 하는지 이유는 아는데 딱히 공감되지는 않는 그런 소설, RPG 노가다 게임에서 숙제하는 것과 뭐가다른 것인지 모르겠는 소설이 많습니다. 정말 인물들이 하나같이 평면적이고 비인간적입니다.

이 소설은 다릅니다. 나도 저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아주 ‘인간적’이고 ‘개연성’있게 행동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 민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레나와 결혼하면 안 됩니다. 왜냐면 그럼 그 회차가 끝나고 다음회차로 넘어가거든요.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레나와 결혼을 합니다. 레나를 사랑하니까요. 다른 회차에서는 레나를 지키기 위해 깡패가 되기도 하고, 혹은 레나의 복수를 하기도 합니다. 시행착오를 계속 겪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멍청하다고 주인공을 욕하지 않고 오히려 동정하거나 분노하게 됩니다.

두번째, [캐릭터]입니다. 작가가 아주 ‘레나’의 캐릭터를 잘 잡았습니다. 남자의 욕구를 잘 충족시킵니다. 레나는 예쁘고, 착하고, 나만 바라봐주고, 나와 섹스하길 바랍니다. 나 없이는 안 되고, 내가 보호해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암걸리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적당히 활발하고, 능동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남성의 판타지 그 자체죠.

‘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오’라는 인격과 민서를 합쳐서 민서의 행동과 생각에 당위성을 주었고, 이 레오라는 인격은 착하지만, 레나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저지르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가 대쉬하더라도 무시합니다. 성에 관련해서는 무척 고결합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badass’와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죠. 아주 잘 잡았습니다.

그 외의 다른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주변인물들도 다 똑똑합니다. 예를들어 최근 나온 반동인물인 타티안 후작의 경우 [그는 평생 취해본 적이 없었다.]라는 식으로 묘사를 했는데 그가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의 똑똑함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인물을 멍청하게 만드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세번째, [복선]입니다. 이 게임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레오와 레나가 시골 소꿉친구인 경우/ 기사를 꿈꾸는 약혼자인 경우/왕족의 피를 이은 거지남매인 경우로 말입니다. 회차를 넘어가며 세 가지를 계속 순서대로 반복하는데 이 세 시나리오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떡밥이 있습니다.

즉 다른 시나리오의 ‘나’가 지금 시나리오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단 말입니다. 이러면 전개가 엄청나게 복잡해지죠. 그런데 자신있게 이런 설정을 꺼냈다는 것은 이미 작가가 복선을 끝까지 다 짜놓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자신이 있기 때문일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갠적으로 엔딩 루트를 예상해봤는데, 세 시나리오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거지남매 시나리오의 레나를 공주로 만드는 게 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상 최강의 보안관’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명작입니다. 솔직히 상업적인 소설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생각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하니까요. 작가의 노력과 인기가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참 아쉽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런 작품들을 보면 응원하고 싶습니다. 좋은 작품이니 꼭 한 번씩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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