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올렸다가 게시판 규정 상 내렸던 추천글입니다.
좋은 작품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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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보통 판타지라 하면 정통판타지를 일컫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게임판타지나 현대판타지가 존재했지만 정통판타지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기사나 마법사, 때로는 평범한 소년이 미지의 세계를 누비는 모험극. 그것은 어떤 시대든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그 기세가 쇠했다고는 해도 대부분의 분들이 이때의 작품들을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판타지나 무협도 좋아지만 역시 정통판타지는 특유의 감성이 있지요.
저는 이러한 정통판타지 특유의 감성에는 ‘대사’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주군께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의 서약.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당신을 지키겠노라는 간절한 한 마디.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바치는 기도의 말.
절망에 빠져 내지르는 처절한 절규까지.
21세기를 사는 주인공들이 말한다면 오글거릴 대사들이 정통판타지의 주인공의 입에서 나오면 심금을 울리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끝을 보고 책장을 덮을지라도 그들의 대사는 가슴에 남아 살아움직이는 그 느낌, 정말 무어라 형연하기 어려운 기분이지요. 이렇게 과장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그것이 잘쓴 정통판타지의 특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천드리는 작품, ‘광란의 트롤랑’은 이것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현대를 살던 주인공이 중세배경의 게임 속으로 소환되었다는 상황. 주인공은 전설 속의 기사를 연기하며 고풍스러운 대사들을 내뱉습니다.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대사들은 전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주인공 롤랑은 황제를 모시던 기사다운 품위를 보이기도 하고 전투에 앞서서는 광전사다운 외침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습니다.
이러한 감성은 신에게 기도할 때 정점을 달립니다. 게임 속에 들어오기 전에는 키보드를 눌러 스킬을 사용했다면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는 정말 신을 섬기는 전사처럼 신을 위한 기도를 바쳐야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것은 단순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외침이 아닙니다. 롤랑의 기도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임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폭발시켜주는 기폭제의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이것 외에도 수많은 장점들이 있는 작품입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 잘 짜여진 설정과 수준에 오른 필력. 맛깔나는 전투묘사.
허나 그것은 여러분들이 직접 맛보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짧은 추천글에 모든 것을 담기에는 너무나도 깊고 농후한 맛을 내는 작품이니까요.
탄탄한 필력과 특유의 색채를 지닌 ‘검미성’ 작가의 완결작 ‘광란의 트롤랑’
여러분도 한 번 롤랑을 따라 이야기의 끝까지 달려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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