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작가님의 ‘백제의 이름을 잇다’를 추천합니다.
작가님의 전작 ‘조선, 봉황이 포효하다.’, ‘삼국지 풍운을 삼키다.’처럼 현대인이 과거 인물의 몸으로 전생해 역사를 바꾸는 대체역사 소설입니다.
시작은 백제의 멸망 5년 전인 655년입니다. 5년 뒤에 도합 18만 명의 나당 연합군이 쳐들어오는데, 주인공은 의자왕도, 첫째 왕자도 아닌 볼모 왕자 부여풍으로 전생합니다. 군사도 없고, 실권도 없고, 인맥도 없는 처지죠.
이 극악의 난이도를 보고 작가님이 배려해 주셨는지, 전생 당시 가지고 있던 물건도 주인공과 같이 과거로 갑니다. 각각 감자, 시계, 비닐봉지인데 이것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염두에 두고 소설을 읽으시면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작가님은 떡밥 회수를 거의 잊지 않으시니까요. (참고로 이상 내용은 1, 2화 내에 다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신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무엇보다 전투 묘사를 매우 실감나게 하십니다. 병종 구성, 진형 배치, 보급, 지형 및 날씨 상황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꼼꼼히 묘사하시기에 읽다보면 정말 제가 전투 상황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듭니다. 85화까지 나온 현재 크고 작은 전투를 다 합치면 대략 10개 정도 되는데, 묘사도 현장감 있고 전투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고 나면 토탈 워 시리즈를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특히 역사적으로 알려진 전술이나 전투의 진행과정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전투에 녹여내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 전투 뿐 아니라 내정 및 외교 파트도 작가님은 꼼꼼하게 묘사하십니다. 전투 묘사 중간 중간에 빠지지 않고 내정이 등장하며 당, 고구려, 신라, 일본, (제주도) 간의 외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죠. 특히 농업 생산력 등은 전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적지 않은 소설들에서 주인공만 똑똑하고 적들은 멍청하며 부하들은 수동적인 ‘먼치킨’ 전개가 나오는데, 이 작품은 절대 그런 전개로 가지 않습니다. 전작을 보면 오히려 적과 주변 인물들을 너무 버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밸런스를 맞춥니다. 현 작품은 전작보다는 그런 면에선 나아진 것 같습니다. 표현하자면, 적과 주인공 모두 그 순간에서의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주인공이 현대인의 이점을 이용해 치열하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노력합니다.
대체역사란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증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고증 정도를 점수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습니다. 여러 사료를 참고하시며 역사 속 사건, 인물들 및 그 배경을 절묘하게 버무려 진행하시지만 역사가 많이 뒤바뀌었는데도 실제 역사적 사건을 거의 따라가는 경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학 원리를 적용한 것을 서술한 적이 한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삼국시대는 사료가 너무 적어 고증이 부족해 어느 정도로 맞출 건지 힘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문과라는 점을 감안하시고 마음을 넓게 가지시면 편할 듯합니다. 제가 표현은 이렇게 하긴 했지만 작가님 문체가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전반적으로 술술 잘 읽힙니다.
이미 유료화가 된지 꽤 지나 아실 분들은 다 아실 소설이지만, 앞으로도 스토리가 매우 기대가 되어 많은 분들이 보기를 바라 추천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자칫하면 스포일러를 할 것 같아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백제의 삼국 통일, 그 여정을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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