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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너무 많다

작성자
Lv.68 시구지
작성
19.03.12 10:46
조회
914
표지

선독점 마왕이 너무 많다

유료웹소설 > 연재 > 판타지, 퓨전

유료 완결

위래
연재수 :
278 회
조회수 :
861,970
추천수 :
37,447

꽤 자주, 혹은 자주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생각해보게 하는 명제가 있다.


‘만일 내가 다시 돌아가서 시작할 수 있다면?’


삶을 지나쳐오면서 놓친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잦은 빈도로 저런 생각을 품게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만한 바람이다.


이세계로 넘어와서, 이룬 것없이 시간을 보낸 나머지 노인으로 죽은 모험가라면 그 빈도 수는 더 높을 것이다.


애초부터 그런 기대가 없었다면 모르겠거니와 ㅡ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고, 틀림없이 그 누군가는 자신을 용사라고 말했던 데다가, 새로운 세상은 인류의 대적인 마왕도, 성검을 든 용사도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답지도 존재하는 중세 모험의 세계다.


문제라면 그 비밀들을 파헤치는 주류로 올라설 만큼 자신의 힘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8세 고등학생 시우는 트럭에 부딪치기 직전,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죽을 것인가, 아니면 용사로서 새 삶을 시작해볼 것인가?


당연하지만 고등학생이 맨몸으로 이세계에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시우는 삼류 모험가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역량을 다한 끝에 괴팍한 노인으로 늙어 죽는다.


시우가 생각했던 모든 용사의 가능성 중에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은 단 하나, 자신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


1인칭 소설은 사실 언제나 한 번쯤 클릭해볼 가치가 있다. 독자의 대리만족을 전제로 하는 장르소설에서 1인칭은 충분조건까진 안 되어도 일정 부분 그 이입을 쉽게 하는 필요조건임에 틀림없다.


마왕이 너무 많다 역시 그렇다. 1인칭으로 그려지는 소설이며, ‘무한회귀’라는 독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단서를 넣었고, 더불어 세계관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이세계, 시안에 넘쳐나는 비밀들은 1인칭과 더불어 독자들을 정말 그 세계로 이입한 듯한 감각을 준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회귀물이든 무엇이든 환상 속의 세계를 그리려거든 뜬금없는 파이어볼이란 영단어보다는 지구인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적당한 비밀이 그 소설을 더욱 사실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독자 역시 이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에서 배제되어 있고 따라서 세상은 그럭저럭 추리만 가능한 불합리와 미지로 가득차 있으므로.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의 미덕을 충분히 지키고 있다. 회귀를 거듭하면서 시우는 성장을 거듭해가고, 이전의 자신이 서 있던 지점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비밀들을 알게 된다.


괴담처럼 이해하기 힘든 공포로부터 기원하는 마기, 마기를 근원삼아 자아내는 모험가의 무력, 세계를 구축하는 비밀로부터 비롯하는 언령술에서 시작하여 알 수 없는 옛 대마법사가 빚어놓은 책 속의 세계 푸른 궁전, 각기 나뉘어 봉인된 채 꿈틀거리는 죽지 않는 소년의 몸, 인류가 구축한 경계 너머 황금의 도시 오슨이나 수많은 아인들이 오가는 교역지라 추측되는 츠루에넨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이 세계, 시안에는 분명히 마왕도 신도 존재한다.


시우는 전에는 미처 얻을 수 없던 힘을 회귀를 거듭하면서 얻어낸 끝에 이 세계에 얽힌 비밀들에 근접해간다.


캐릭터성은 뚜렷하고 일관되어 있으며, 세계관은 말했듯 밀도 높은 환상으로 가득차 있고 죽음 끝에 돌아와 모험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소설을 재미있는 장르소설로 여기기에 충분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시간을 죽이기 위한 소설로서 읽기에는 충분하다.


시간을 때우기 위한 소설을 넘어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을 다른 소설을 읽는 것보다 조금 더 가치있는 유희라고 차별화시켜주는 것은 이 소설의 근본이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회귀나 스탯창은 주인공에게만 어쩌다 주어진 절벽성 기연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탐구를 거치지 않는다.


그러한 탐구를 거치는 것이 대리만족과 양립할 수 없다면 몰라도, 가능하다면 언제나 소설은 더욱 완전하게 되는 편이 낫다. 마왕이 너무 많다에서는 작가가 어떻게든 시우의 여정을 완벽하게 완결짓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각종 신화가 얽힌 이세계에서 주인공의 ‘회귀’라는 단서는 따지자면 주인공이 알지 못하는 다른 신화적 비밀들과 동위선상에 나열되어 있을 따름이고, 주인공은 마왕으로 비롯되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끝을 잡아당기면서 자연스레 신들이 숨겨놓은 멸망의 진실 안으로 진입해나간다.


때로 마지막까지 스스로가 정해놓은 패턴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여정의 가운데서 과감하게 세계관의 규모를 점점 확대시키고 결말은 독자가 예상할 수 없는 쪽으로 흘러 들어간다.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입체적이고 구분하기 충분할 정도로 일관성 있는 캐릭터성, 납득할 수 있는 주인공 행보의 개연성은 읽을 만한 장르소설의 요건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훌륭한 장르소설이 되려면, 작품의 중간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어야 한다. 이제껏 지나치게 성장시킨 주인공에 맞서 섣부르게 대적大敵을 등장시킨 많은 소설들이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적의 패배는 곧 많은 소설의 완결이었고, 권선징악적 결말은 어지간히 소설적 재미에 치중해서 승부를 보지 않는 바에야 무딘 독자의 감성에 인상적으로 어필하기 힘들다.


편당결제 웹소설 시장에서 ‘소설적 재미’가 차지하는 지분은 작지 않지만, 완결을 다 읽고서야 땀을 쥐었던 손에 힘을 풀게 되는 소설은 웹소설이 이토록 두각되지 않던 때부터 언제나 옳았다. 마왕이 너무 많다는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훌륭한 장르소설의 전형이다.


작품 외적인 작가의 말이 작품을 읽는 데 미치는 영향이라거나, 느린 연재 주기, 지나치게 잦은 감이 없잖아 있는 문장의 잘못 등 지적할 거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완결된 소설의 구성 면에서 보았을 때 작가는 굳이 지적할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이 생각한 바를 충분히 훌륭하게 기승전결로 풀어냈다.


죽음 끝에 돌아올 수 있는 평범한 현대인이 어떻게 용사로 완성되어가는지 그 여정이 궁금하다면, [마왕이 너무 많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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