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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3 성민영
작성
17.06.18 10:27
조회
3,802
표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신서로
연재수 :
174 회
조회수 :
892,532
추천수 :
47,401

(약간의 미리니름 있습니다)


 세상사에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기사로 나오는 각종 사건사고나 범죄는 뒤로 하고서라고, 대중교통에서 왈짜짓을 놓는 노인이나 식당에서 왁자지껄 떠들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는 곳곳에서 발견되며, 곧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려져 무섭게 찧겨 나갑니다. 물론 저 또한 그 방아 중의 하나였음을 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한편으로는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지극히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것임에 분명합니다만 그들의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몽상해 봅니다. 어쩌면 노약자석을 양보하지 않았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노인은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은 아니었을까. 그의 청춘은 전쟁터의 폐허 속에서 모두 흩어지고, 여전히 귓가에는 죽어가던 전우들의 울음 섞인 신음소리가 생생한데,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든 자신이 쉬어 갈 곳은 이 작은 버스 안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니. 그의 고함은 혹 비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 아이를 방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책임한 부모 역시 제가 미처 상상치 못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상의 행진을 못마땅해 하실 분들도 존재할 겁니다. 범죄자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에게 왜 감정이입을 하느냐는 분들도 계실테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잘만 지내는데 왜 저들은 저런 행패를 부리냐고, 마땅히 징죄해야 한다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이해는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행패부리는 노인네에게는 법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그가 가난과 PTSD로 고통받는 전직 군인이라면 적절한 경제적 지원과 심리치료가 더 나은 방안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처럼 조금 돌아가는 방식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모든 말썽에 대해 우리는 선악구도가 뚜렷해서 두들겨 팰 대상이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백히 구별되는 서사를 창조하고, 그 서사에 맞추어 악한을 조리돌림하고 처벌하는 ‘사이다’ 같은 결말에 환호합니다. 


이런 시대정신의 반영일까요, 장르소설에서도 이러한 ‘사이다’는 흥행의 필수 요소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적과 아군으로 분명히 나뉘고, 적들은 이해받을 자격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무참히 갈려나갑니다. 과거로 회귀한 수 많은 이들은 아직 실행되지도 못한 미래의(과거의) 행위에 책임을 물어 적들을 도륙합니다.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이런 최근의 흥행 요소에서 조금은 엇나간 작품입니다. 주인공 울리케는 스텟창이 보이지도 않고, 과거로 회귀하지도 않았으며, 재벌은 당연히 아니고, 소드마스터이기는 커녕 두려움에 말 위에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또 생물학적 한계 때문에 대물을 가지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그런 그녀를 주연으로 내세운 글이기에 통상적인 사이다식 이야기는 바라기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속시원한 전개를 기대하시는 분들, 세상살이도 팍팍한데 왜 장르소설에서까지 ‘고구마’를 느껴야 하냐는 분들께 소개해드리기는 조금 망설여집니다. 제가 그분들의 삶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했는데 그분들의 기쁨을 폄하하며 제 취향을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장르소설에서 카타르시스 이상의 것들을 바라시는 분들께, 이 소설은 오랜만에 맛보는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깔끔한 문체와 등장인물들 간의 매력 넘치는 대화, 탄탄하고 신선한 배경은 과거 장르문학계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드래곤 라자>나 <세월의 돌>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는 입체적으로 살아 있으며, 다른 이들을 함부로 예단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종이 달라도 말이죠. 울리케는 그녀를 자신의 한 끼 식사꺼리로 생각하는 용에게 말합니다.


“저는 저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지성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먹을 수 없습니다” 

-프롤로그 中


이런 강단 덕분일까요, 그녀는 식량에서 용의 피후견인으로 신분이 상승합니다. 나아가 그녀 스스로의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고블린에 인질로 잡히면서도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고블린은 분명 지금까지 적으로만 여겨져 왔던 이종족인데도 말이죠.


“알겠나? 그렇게 많은 양을 일시에 넘기면 당장 인간의 피해가 너무 크고, 그로 인해 우리로 하여금 너희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

-제 9화 中


이런 그녀의 정신은 심지어 그녀에게 강도행각을 벌이려 했던 자들에게도 발휘됩니다. 모험자 조합에서도 내쫓기고, 묻사람들에게 백안시되는 범죄자들임에도 그녀는 그들을 단죄하는 것을 주저합니다.


불과 며칠 전, 그들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날뛰었던 건 울리케였다. (중략)  울리케의 인식에서 한스네는 단지 조금 멍청한 범죄자들일 뿐인 것이며, 결코 극형에 처해질만한 악인은 못 되었던 것이다. 

-제42화 中


작중 유랑민들인 류그라들은 류그네라스의 가지라는 신물을 통해 이적과도 같은 마법을 행사합니다. 그 류그네라스의 마법은 깨달음이 아닌 공감에서 기인한 능력이라 합니다. 울리케는 비록 그처럼 마법을 행하지는 못하지만, 타인과 공감함으로서 마법과도 같은 일들을 해냅니다. 그녀가 앞으로 이루어낼 일들을 지켜보고, 그녀와 동행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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