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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 우피두우피
작성
17.01.18 23:32
조회
2,618

절대음감이란 거 알아?


유토가 말해줬다. 세상에는 어떤 소리든 한 번만 듣고도 그 음계를 알아맞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처마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음을 흉내 낼 수 있다는 특별한 사람들이.


'그 재능 덕분에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말해줬다.


유토, 나도 그런 감각을 가지고 있어.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면, 그것들의 순도를 느껴.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유토. 보고 있어? 그 재능 덕분에, 나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어.


-지평선으로부터 中




우선, 이 소설은 문장에 매우 공을 들인 소설입니다. 물론 '불같은 필력으로 녹여낸 절대적인 문장이다', 같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비문이고, 어느 정도는 진부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단 인용문처럼 저렇게 눈부신 순간들이 소설의 면면에 기거하고 있고, 바로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제게 매우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사실 제가 생업에 치여서 근 한 달간 자유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완결을 하셨더라구요. 소설의 배경은 모종의 이유로 달이 지구의 공전 궤도에서 벗어난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드 SF 소설이라면 달이 지구의 중력 우물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심도있게 다뤄져야 하겠지만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심정적 변화, 혹은 성장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설정 측면에서는 흐릿한 편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후의 지배 체제와 그에 반하는 민중 혁명이 거시적 배경으로 얽혀 있지만, 그것 역시 흐릿한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의 이야기는 오롯이 주인공들이 어떤 갈등과 고난을 겪으며 그 자신들의 구원을 찾는가에 집중됩니다.  - 이것은 작가분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스토리인 듯 한데, 덕분인지 추락하는 개인에 대한 심리 묘사는 상당히 견고하고 당위성이 있습니다. 


단순하며 사건의 일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플롯은 장편이나 중편 소설보다는 단편 소설에 더 어울리지만(어쩌면 느린 사건 진행 템포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변화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후기를 읽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굳이 적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확실히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장르 소설과는 다르게 보다 현대 중편 소설(이를테면 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 신춘문예에서 주로 보였던)의 플롯 발달 양상을 더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은, 그 문학이 장르 문학이든 경계 문학이든, 혹은 순문학이든지간에 언제든지 다양성을 포용할 때 더 다이나믹한 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문피아에서 이런 '하드한' 소설을 추천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감히 추천글을 적어봅니다.


*사실 저번 달에 추천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부득이하게 1월 중반을 넘어서야 쓰게 되네요. 완결 작품이기 때문에 연중에 대한 걱정 없이 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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