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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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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단편제 참가작 # 88

작성자
익명
작성
10.03.20 23:49
조회
2,301

지금 이 시대, 더 이상 과학 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주장할 사람은 없게 되었다. 이건 과학 맹신주의자와 과학자, SF 매니아 모두에게도 포함되는 말이며, 이는 과학 기술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목 대상이 아니게 됐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슬슬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된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문명의 이기 따윈 찾아볼 수 없는 푸른 들판이었고, 마주친 두 사람들의 복장 역시 중무장 갑옷과 몸 전체를 가린 로브라는 퍽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코스튬이나 좀 제 정신이 아닌 거라고 판단해선 곤란할 것이다. 여긴 그럴 자유가 있는 곳이었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선 동시에 놀라움을 표했다.

"우와!" "으허?"

종족 상의 차이가 있었기에 나온 소리는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둘 다 매우 놀랐음은 명백했다.

중무장 갑옷을 입은 전사 쪽이 먼저 말했다.

"하실 말씀 있는 거죠으? 그쪽에서 먼저 말해봐요으."

  

"어, 그럴게요. 저로선 이 게임 속에서 오크를 보게 되니 놀라워서. 그거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으로 얼굴 바꾼 것이거나 당신이 살찐 그레이 엘프인 건 아니죠?"

중무장을 한 전사는 큰 송곳니가 솟아있었고 잿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콧구멍은 눈보다도 컸다. 이건 의심할 필요도 없는 명백한 오크의 외형이었다.

"예, 맞아요으. 저 오크입니다. 뭐 문제될 거라도으?"

"신기하잖아요? 오크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당신네 종족이 워낙 폭력적인데다 아날로그 애호가들 아닙니까? 그런 당신들이 보기엔 제 아무리 내장 튀고 뇌수 튀는 성인용 RPG 게임일지라도 지극히 평화롭게 느껴지는지, 그 흔한 컴퓨터 RPG 게임도 안 했던 게 당신네 오크들이잖아요. 그런데 이 게임에서 그 모습을 보게 됐으니 놀라운 거죠."

"이건 가상현실게임이니까요으. 아마도 무조건 몬스터 때려잡고 경험치와 아이템 모으며 레벨 올리는 방식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충분히 실감나는 전투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죠으.

그리고 오크들이 컴퓨터 RPG 게임을 안 했던 건 재미가 없어서라기 보단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요으. 대부분의 RPG들은 캐릭터들은 오크들을 너무 깎아내리죠으. 오크들은 죄다 몬스터로 만들고, 이에 항의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오르크'로 이름만 바꿔 버리고으…… 기분 나빠서라도 딱히 할 맘 들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 안엔 그런 어설프게 서양을 동경하는 동양적 가치관은 없다. 오크들이 보기에 딱히 모욕이 될 만한 건덕지는 없는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얘기였지만 그 의문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었다. 오크들은 대개 가난하다. 비싼 가상현실 게임 기기를 구입하기엔 그 사정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걸 묻는 건 실례겠지? 그는 알겠다는 양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이제 내가 물을 차례인 거지요으?"

"그렇죠. 네. 말씀하세요."

"당신 닉네임 '용갈이' 맞죠으? 레벨(Level) 1일 때 마왕을 때려잡은 그?"

이에 휴먼, 게임 닉네임 용갈이는 그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는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두건을 쓴 채였다. 거기에 눈은 선글라스로 가리기까지 한 것이다. 얼굴 사진이 있다 해도 알아볼 수 한 것인데 말이다.

"어, 어떻게 알았죠? 여긴 마을 내도 아니라서 캐릭터 머리 위로 레벨이나 닉네임 표시 되는 것도 아닐 텐데?"

"그 검, 마왕 때려잡고 얻었기로 유명한 성검이잖아요으? 십자가 하나 떡 하니 박혀있는. 눈 달려있는데 어떻게 몰라보겠습니까으?"  

그 십자가의 크기는 겨우 5cm도 채 되지 않는 거였다. 그게 눈에 확 들어온다니 과연 오크가 타고난 투사라는 게 빈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무구에 대해서라면 엘프 수준의 시력을 보여줄 정도니 말이다.

용갈이는 멀뚱멀뚱 오크를 바라보다가 제안했다.

"파티 가입하실래요?"

사냥을, 그러니까 몬스터 때려잡아 경험치와 아이템 모으는 것을 같이 하겠느냐는 의미였다.

같은 파티끼리는 경험치가 배분된다. '용갈이와 내가 파티를? 말도 안 돼!' 그건 아마 용갈이가 혼자서 사냥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오크는 깜짝 놀라며 반응했다.

"예?"

"파티 가입하시겠냐고요."

"아니, 던전이든 필드 사냥터든 간에 그냥 목검 한 자루만 있어도 다 쓸어버리시는 분께서 어찌 저 따위와? 용갈이님은 마을에 진입하기만 해도 NPC든 유저든 할 거 없이 다 몰려올 지경인 분이시잖아요으?"

"글쎄, 같이 사냥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용갈이는 다시 파티 가입을 제안했다. 오크는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기뻐하며 혼쾌히 수락했다.

      

세계 최초이자 아무래도 마지막 가상현실 게임(군사 훈련용이나 기타 시뮬레이션 등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가상현실 기술이지만, 그런 건 모두 제쳐버리고 황당하게도 게임이 가장 먼저 나온 것이다)을 만든 마법사는 말했었다.

"이 게임의 주목적이 강한 몬스터 때려잡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최종보스는 마왕이다. 레벨 99 캐릭터 백 명 정도가 달려들면 어떻게든 될 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이 나온지 일 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현재 알려진 최고 레벨의 캐릭터는 35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마왕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임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용갈이란 놈이 캐릭터를 새로 만든 후 바로 마왕에게로 달려간 일이 있었다. 그리고 마왕은 쓰러졌다.

이 경악스런 일이 있은 후로 새로운 관용구가 생겨났다. <마왕 같다>. 악독하거나 사악하다는 걸 표현하는 게 아니었다. 신이 증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참변을 당하는 꼴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마수는 드워프였다. 황제가 군림하던 시절에는 제국의 명재상이었고, 지금은 거대 재단의 총수 노릇을 하고 있는 잘난 어르신이기도 하다.

  

화마수는 '마왕 같다'는 표현의 좋은 표본 쯤 되는 인물이었다.

기업들만으로도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가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건 복지 단체가 담당하며, 세금은 그 누구도 내고 싶지 않게 된 시대가 왔다.

가뜩이나 예로부터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념들을 들고서 남들이 열심히 투닥거릴 때, 꿋꿋하게 절대 황정이라는 낡고 낡은 제도를 유지하던게 칼 제국이었다.

정부의 필요성조차 의심받는 시대였기에 사람들은 황제라는 것 역시 이젠 없어지는 게 옳지 않냐는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었다. 재상이던 화마수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그는 정부의 필요성을 손수 만들기로 결심했다.

화마수는 황실의 명의로 거대한 물류 회사를 세웠다.

로지스틱스라고도 불리는 이 물류라는 것은 운송과 유통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의미한다. 회사 입장에선 귀찮고 껄끄러우며 주로 아주 큰 회사가 전담하곤 하던 이것을, 황실에서 아예 떠안아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공공사업의 확대라 해석했지만 그것으로 제2의 황금 황제가 탄생할 뻔했다. 물류 사업이라는 것은 퍽 많은 수익을 산출했다. 또한 세금 때리기도 엄청나게 쉬워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탄생할 뻔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제 2 황금황제 같은 건 탄생하지 못했다. 물류 사업은 너무나 어이없이 파탄났으므로.

어느 날 갑자기 순간이동기가 발명된 것이다.

그 순간이동기라는 것의 발명이 발표된 지 정확히 하루 만에 그것은 온 세계로 팔려나갔고, 당연히 물류 회사는 망했다.

물론 좀 큰 회사가 망했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황제를 끌어내리라는 소리가 나올 리는 없었다. 그저 황제라는 월급쟁이의 쓸모가 좀 줄어들었을 뿐인 것이다. 결국 황제 즉위식은 그대로 거행될 거였다.

하지만 황제 즉위식 날, 황태자가 "황제? 안 해." 해버린 다음 날, 황실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충 그런 역사적 일화가 있었다. 덕분에 지금 정부를 대체하는 건 대기업들이다. 물론 세금이나 강제 징병 같은 건 그들로선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사회악을 규정하거나 사회의 문제거리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재단의 총수 자격으로 회담장을 연 화마수가 말했다.

"오늘의 안제는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요."

회담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화마수가 가상현실 게임에 무슨 원한이 있는가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미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마수가 지금 엿 먹이고 싶어하는 대상은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 그 게임을 만든 마법사다. 그 마법사가 발명한 것은 가상현실 게임뿐만이 아니었으므로.

  

    

오크는 중얼거렸다.

"오늘 처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게임 내에도 순간이동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말이죠으. 어차피 이 가상현실 게임을 만든 사람과 순간이동기를 만든 사람은 동일 인물인데요으."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의로 무시한 것은 아닐 거였다. 용갈이는 죽어라 달리며 보이는 족족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는 중이었고, 오크는 그 옆에서 역시 죽어라 달리며 그 아이템을 주워야했다.

이 게임을 만든 마법사가 역시 발명했기로 유명한, 순간이동기가 만약 이 게임에 있었다면 땅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배낭에 정리하는 건 매우 손쉬웠을 것이다. 또한 직접 발을 놀려 달릴 필요도 없이 버튼만 쿡쿡 눌러대는 것만으로도 이동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거였다.

지금 이 사냥은 몬스터를 죽이는 것을 모조리 용갈이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쩔이나 버스를 연상케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크가 기뻐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크가 하는 것은 그저 죽은 몬스터에게서 나온 아이템을 줍고 용갈이를 따라가는 것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막대한 체력 소모를 느껴야했다. 게임 속이기에 통상의 열 배 체력은 있을 것임에 분명함에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자 오크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허윽, 대, 대체 당신 레벨이 몇인 겁니까!"

"글쎄, 마왕 잡고 나니 경험치가 쑥쑥 오르더군요. 덕분에 현 레벨은……"

그 때 수풀이 흔들렸고 용갈이는 쏜살같이 달려가 수풀째로 난도질했다. 수풀 속에 있었던 몬스터는 그 정체를 확인될 겨를도 없이 얌전히 경험치를 상납해야했다.

그 경험치는 퍽 상당한 양이었고, 그건 방금 순살된 몬스터가 제법 강력한 녀석이었음을 의미했다.

오크는 절로 허탈해졌다.

"……엄청 높으시겠군요으. 매번 이런 식으로 사냥하신다면."

"98입니다. 우히힛!"

레벨 15로써 제법 고수측에 드는 오크로선 허탈을 넘어 체념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레벨 98? 이는 "내 아이큐는 일억 칠천만입니다. 천의 자리에서 반올림했지요. 우히힛!"와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

"거 무섭군요으……."

그러던 와중이었다. 몬스터의 단말마가 너무나 처절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반복된 탓일까.

그 소리에 반응했는지 어딘가에서 웬 익룡이 날아왔다.

익룡의 커다란 날개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오크는 본능적으로 도끼를 빼들었다. 그 후 착륙하려는 익룡에게 위협하는 오크를 용갈이가 만류했다. 의아한듯 바라보는 오크에게 용갈이는 짧게 설명해주었다.

"몬스터가 아니에요. 유저입니다."

"저 익룡이요으?"

"아뇨. 그 위에 타신 분들 말입니다."

"오오, 잘 아시는군요? 역시 그 유명한 사탄 슬레이어 용갈이님다우십니다!"

익룡에 타고 있던 엘프들은 훌쩍 뛰어내리며 그렇게 칭찬했다. 그리고 용갈이는 이번에도 숨기고 있던 자신의 정체가 단번에 드러났음에 침통해했다.

그래도 엘프라면 이해할만 하다. 엘프의 활솜씨는 유명하다 못해 무슨 상징에 가까운 것이고, 그런 엘프들의 시력은 만원경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니까, 오크조차 알아본 성검을 딱히 못알아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용갈이는 착지한 엘프들을 둘러본 뒤 평했다.

"어, 엘프 테이머에 엘프 궁수, 엘프 바드라? 엄청 이상적인 종족-직업 조합으로만 돼있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엘프들은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딱 '위대하시고 거룩하신 용갈이님의 용안을 뵙게 되었으니 자손 대대로 물려줄 은복이 아닐 수 없사옵나이다'하고 외칠 모습이었다.

그런 엘프들 중 누군가가 오크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 엘프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찌푸려졌고 곧 이어 노골적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오크라니, 이 무슨 더러운!"

"오크라고?" "미쳤군, 정말이잖아!"

엘프들은 모두 열성적으로 오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오크로선 매번 겪게 되는, 하지만 익숙해질 수도 싶지도 않은 반응이었다.

엘프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오크를 혐오한다. 휴먼, 페어리, 드워프, 엘프 모두 몸크기 차이 이외엔 딱히 별 다를 게 없는 인간들이다. 하지만 오크는 그렇지 않다. 몬스터취급 당하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닌 것이다.

그때였다. 용갈이는 오만상을 일그러뜨린 채 앞으로 나섰다.

"이런 미친 꼴통놈들을 봤나. 인간이면 인간답게 굴어야지, 당신네 세계수가 그렇게 가르쳤어?"

"오크 따위를 위해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용갈이님. 당신 발의 때만도 못한 놈이잖아요?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이신 세계수께서는 악을 그냥 보아 넘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엘프들은 진심으로 오크=악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용갈이는 혀를 끌끌 차며 손을 휘휘 휘저은 뒤 입을 열었다.

"하여튼 엘프란 놈들은 낯짝만 반반해가지곤……. 썩 꺼지쇼. 기분만 잡치겠네."

"그러지 마시고, 저 오크놈과 사냥하시던 모양인데 저런 쓰레기는 버리시고……. 우리에게도 함께 할 영광을……"

"썩 꺼지라니까!"

소리가 버럭 질러졌다. 하지만 워낙 큰 귀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종족들보다도 몇 배로 우수한 시력을 가지고 있을 엘프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전혀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가까이 접근하며 친한 척을 하려 들었다.

그렇게 엘프들이 팔짱마저 끼려 들었을 때였다. 용갈이는 그 유명한 성검을 그들에게 겨누었다.

그 칼끝이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검날이 번뜩이자 엘프들은 절로 물러났고, 용갈이는 그 반응에 만족하며 본격적으로 위협할 수 있었다.

"당장 안 꺼지면 그냥 싹 다 죽여버리겠어! 얼렁 얼렁 꺼지라고!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하기야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 새끼들이니 귀 커봤자 뭐가 도움이 되겠나? 다시 말한다. 죽여버리기 전에 다들 썩 꺼져!"

엘프들은 새파랗게 질린 기색이 되었다. 그들의 표정에선 낭패감이 아니라 공포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황급히 익룡을 타고 달아나면서도 끝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후회하실 겁니다!"

"지랄 개뿔 개소리."

익룡이 멀어졌다. 용갈이는 못 볼 꼴 봤다는 양 침을 퉤 하고 뱉었다. 침을 뱉었다는 걸 칭찬하려는 건 아니지만, 용갈이는 퍽 마음씀씀이 기특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는 못 볼 꼴을 당한 당사자인 오크를 열성적으로 위로하기 시작했다.

"거 참 꼴통 같은 놈들이네. 마음 쓸 거 없어요."

"예. 마음 안 씁니다."

"역시 대범해! 그래요. 그게 대인배의……"

"매번 겪는 일이니까요으."    

  

"……에라이, 방금 그놈들은 그냥 자신들이 '엘프라서 많은 사람들의 기준에선 예쁘게 생겼다'는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놈들이에요. 잉여 오브 잉여."

"글쎄…… 적어도 오크보단 나을 거 같습니다."

"저런 찌질의 극에 도달한 놈들이 뭐라 씨부렁거리든 신경쓰지 마시라니깐! 저놈들이 얼마나 찌질한지 못 봤어요? 저놈들, 엘프들이었어요. 숲에 살잖습니까. 그 이유가 뭐라더라, 도시처럼 인공적인 것은 못 봐주겠고 우리는 자연의 품에 살기를 원한다든가? 그런 주제에 부자연스러운 곳이다 못해 명백한 인공 세계인 이 가상현실을 무슨 진짜인 양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까 보셨죠? 내가 성검 겨눈 채 죽이겠다고 협박하니 새파랗게 질려선 도망치는 거. 이깟 게임에서 죽어봤자 아이템 좀 잃어버리고 경험치 좀 깎이는 거 말고 뭐 그리 손해본답니까? 진짜 죽는다거나 하다못해 캐릭터 삭제 되는 것도 아닌데."

아마 이 게임에서 단 한 번도 죽어본 적이 없을 터인 용갈이가 말하는 것이었기에 그 설득력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용갈이 본인으로선 딱히 자각하지 못했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아마 엘프들 중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녀석들이었을 겁니다. 이깟 가상현실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아니, 완전한 가상현실인 것도 아니지. 그냥 현실 잊고 딴 세계 와서 즐기라고 만들어둔 가상현실 '게임' 아닙니까? 같이 사냥하자느니, 저런 천한 오크 따위는 파티에서 당장 강퇴하라느니 어쩌느니 씨부렁거리는 게, 꼭 이 게임 속을 현실인 양 착각하던 모습들이었죠. 찌질한 놈들이에요. 다른 엘프들은 아마 안 그럴 겁니다."

"모든 엘프들이 다 그렇소. 엘프들은 그 가상현실 게임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화마수의 안제는 금세 반론을 맞이했다. 이 게임을 만든 마법사를 엿먹이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화마수로선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화마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 참으며 질문했다.

"엘프들 중 게임 중독자가 많다는 얘기요?"

"아니오. 일단 반론을 꺼내기 전에 배경지식부터 말해야겠군. 엘프들은 휴먼과 드워프, 페어리 등 오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족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오. 성격도 순한 편이고 예쁘게 생겼으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런 그들은 우리 틈에 섞여 살길 즐기지 않소. 어째서일 거 같소? 우리의 사회가 인공적이기 때문이란 말은 필요 없을 거요. 엘프도 인간이오. 그네들도 문명이 있고 원숭이처럼 나무 위에서만 사는 게 아니에요. 황토집이든 초가집이든 간에 건물을 짓고 살잖소? 그것들 역시 인공적이지. 그들도 사회를 이루고 물건을 사용한단 말이오.

그들은 인공적인 것을 혐오하는 게 아니에요. 쓸데없이 복잡하고 그물처럼 얽힌 관계를 싫어하고, 아름다운 자신들의 숲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지.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엘프들은 오크를 본능적으로 혐오해요. 그런데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인격자들은 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며 비난하지. 그들로선 그냥 자신이 느낀 바를 털어놓았을 뿐인데 말이오. 그렇다고 무조건 오크를 두둔하면 이번엔 꼴통들이 '엘프들이 그 낯짝만 믿고 위선 떠는구나'하고 욕하지. 그네들은 대체 뭘 어찌 해야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을 거요. 그들은 인간…… 그러니까 사람들의 관계 탐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 지금 엘프들을 마치 사회 부적응자들에 선천적 외톨이인 것으로 말하고 있군. 그래서? 계속해보쇼."

"말 좀 곱게 하시오. 제국의 재상인데다 황태자도 직접 모셨던 분이 할 말 안 할 말 가릴 줄도 몰라? 뭐 계속 설명은 하도록 하겠소…… 아무튼 엘프들은 지금 그 가상현실 게임 속을 매우 좋아하고 있소. 몬스터 때려잡기? 단순하오. 몬스터의 어디가 약점이고 어느 아이템을 써서 잡아야하는지, 그런 공략법이야 복잡하겠지. 그러나 그냥 처죽이면 되는 거란 것은 명백하오. 엘프라는 종족 자기네들끼리만 살던 때에는 그냥 과일나무 심고 시 읊으면 행복해했소. 완전 원시인들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그랬소. 그리고 휴먼들이 사사건건 간섭하며 치근덕거리기 시작했고, 엘프들은 극심한 인공 혐오에 빠지기 시작한 거요.

드워프들이야 휴먼들이 자신들도 생각해내지 못한 복잡한 기계 설계도를 들고 와선 만들어달라고 조르니, 그게 어찌 경쟁심 들지 않거나 귀엽지 않았겠소? 자신들이 만들어낸 물건을 애지중지 여기는 것도 휴먼들이니 더욱 그랬겠지. 드워프는 휴먼들을 좋아하오. 그리고, 페어리? 손바닥 만한 요정들이지. 그렇게 작은데다 미소년 미소녀 인형처럼 생겼으니 휴먼들이 보기엔 그저 예쁘기만 할 뿐이겠지. 그렇게 귀엽게 여겨주니 페어리들도 휴먼을 싫어할 이유가 없소. 휴먼과 드워프, 페어리들은 그래서 모두 친해요. 오크들이야 모두에게서 병신 취급 받고 있으니 제외하고서라도.

하지만 엘프는 아니오. 아마 엘프가 그 선천적인 오크 혐오증을 벗어난다면, 그 다음으로 생겨날 것은 휴먼 혐오증일 거요."

"설명이 길어. 너무 길어! 요점만 말해!"

"그러니까, 엘프들이 휴먼을 증오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게 이 시대였소. 건물들은 죄다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아올라 있고 더 이상 유니콘이나 페가수스를 동경할 필요가 없게 됐지. 하늘 나는 자동차가 붕붕 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세련되고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게 이 시대니까. 그런 이 시대에 숲 따위가 자리잡을 곳은 없었소. 그런 엘프들을 구원해준 게 당신이 지금 엿 먹이고 싶어서 안달난 가상현실이란 말이오."

"숲? 공간이동기도 발명됐고 그래서 더 이상 넓은 도로 같은 건 필요하지도 않게 됐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나무로 세상을 푸르게 뒤덮을 수 있겠지. 그러면 엘프들도 다시 편안해질 거요."

"오크들은? 오크들은 사막을 좋아하지. 숲 같은 건 싫어해. 그리고 엘프라는 종족은 워낙 수가 적어서 그 형편만 따로 챙겨줄 수가 없는 이들이고, 오크는 엄청나게 많소. 또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늘어날 거요."

"우라질, 그럼 어쩌라고! 엘프들은 그럼 다 그 가상현실 게임 뭐시기에 접속하기 위한, 그 인공관 같은 캡슐 속에서 천 년 만 년 보내게 하라고? 현실은 잊고?"

"현실을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으면, 일단 그 현실의 문제점에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도록 세상 좀 예쁘장하게 고쳐야하겠지. 그리고 그걸 그렇게 하는 게 우리들, 그리고 당신의 일이오. 황실에 손해 좀 입혔답시고 그걸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가, 괜히 바쁜 사람들 모이게 해서 추잡하게 엿 먹이려 하는 게 아니라."

화마수는 드워프답게 울화통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회담장에 놓여있던 전자 망치를 움켜쥔 채 달려든 화마수를 보고서 경악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회담장 밖으로 냉큼 도망쳐버린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결국 회담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은 한참 후에야 이루어진 일이었다.

화마수는 실밥이 군데군데 터진 넥타이를 애써 바로잡으며 사과했다.

"미안하오. 내가 좀 흥분했군."

함께 머리채를 붙잡고 싸웠던 남자 역시 사과했다. 이것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애써 연출됐다.

물론 마땅히 그래야했다.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규제를 의논하는 회담장인 이곳이고, 아무리 이제 세계를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대기업들의 모임인 이곳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적인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들이 규제를 먹이든 말든 하기 위해선 일단 가상현실 게임의 주인, 그 가상현실을 창조한 마법사를 회담장에 불러와 무언가 권고를 하든 경고를 하든 해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회담에 그 마법사를 정식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잠시 후면 그 마법사가 도착하기로 예정된 시각이었다.

하지만 그 마법사가 도착했을 때 회담장에 있던 사람들은 싸우며 난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건 그저 개판이라는 영역을 넘은 의미가 돼버린다.

만약 그걸 보게 된다면 마법사로선 이 회담장에 모인 사람들을 얕잡아보다 못해 감정 폭발한 걸 억누르지도 못하는, 뭐 그런 꼬맹이들 보듯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거였다.

"오늘 고마웠습니다."

"아, 글쎄…… 이번 건 고마워하거나 마음에 담아둘 일이 아니라니까?"

"아무튼 고마웠어요으. 별로 마음에 담아둘 필요 있다곤 생각 안 해요. 그래도 가끔씩 생각난다면 울화통이 터지긴 하겠죠으. 그리고 울화통이 터졌더라도 그나마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용갈이님 덕분일 테고."

오크는 그렇게 말하며 로그아웃할 준비를 끝마쳤다.

"오늘은 이만 나가볼 겁니다. 세계 정상 회담? 이제 TV에서 그거 할 시간이거든요으. 그거 보러 가야합니다. 거기에서 이 가상현실 게임에 대해 뭔가 경고를 던지겠다고 말했었어요으. 그 결과를 몸소 확인하고 싶거든요으. 전 이 게임을 좋아해요으. 아마 저 이외의 다른 오크들도 이 게임을 시작한다면 모두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장소가 뭔가 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냥 속 편하게 게임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 맞다. 곧 11시로군요? 잠시 후 혼자서 가상현실이란 거창한 것을 만들고 나서, 그 기술을 공유도 안 해준 마법사에게 엿 좀 제대로 먹이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의 작당 모임이 시작되겠군요. 세계 정상 회담은 무슨,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주제에 단체로 삐져버리는 유치한 이들의 모임이겠지. 규제? 경고? 뭐 그래봤자 당신이 만든 게임 좀 많이 폭력적이더라, 중독성이 심각하더라, 그러니 뭣 좀 어떻게 해봐라 하는 정도일 겁니다.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에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으?"

"모를 수가 없지요. 그 치들 하는 짓이야 맨날 두 눈 뜨고 보지 않더라도…… 그냥 자다가도 들릴 정도인 걸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듯했다. 오크는 인사한 뒤 서둘러 게임 속에서 뛰쳐나갔다. 로그아웃(=logout)한 것이다.

그걸 용갈이는 그저 싱긋 웃으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엔 용갈이 역시 게임 밖으로 나가야했다.

하지만 용갈이는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시스템 창을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할 필요조차 없었다.

용갈이는 리모컨 비슷한, 작은 사각형 무언가를 품에서 꺼냈다. 그건 명백히 하이테크 중의 하이테크 물건으로 보였고, 검과 마법의 시대, 그 먼 옛날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 속에는 맞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도 당연하다. 이건 순간이동기였으니까.

용갈이는 순간이동기의 버튼을 꾹 하고 눌렀다. 그 짧은 동작으로 용갈이가 입고 있던 로브와 두건이 사라졌다. 그리고 황색 화려한 의복이 새로 입혀졌다. 그 후 용갈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다.

"에라, 가자."

그리고 시점이 바로 변형됐다. 용갈이의 눈앞엔 많은 카메라, 좌석, 방청객 그리고 세계 각곳의 인사들로 가득 찬 원형 홀이 나타났다.

이에 사회자인 듯한 남자가 밝은 목소리로 용갈이를 소개했다.

"황가림님, 가상현실의 창조자이자 순간이동기의 발명자로 이름 높으신 대마법사께서 이 자리에 직접 나오셨습니다! 모두들 진심을 담은 환영의 박수를!"

짝짝짝! 박수 소리가 제법 요란하기까지 했다. 귀를 틀어막고 싶은 것을 겨우 참으며 황가림은 손을 번쩍 들어 화답해주었다.

회담은 제법 그럴듯하게 진행됐다.

"가상현실이 이루어짐으로써 생길 문제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우선 가상현실은 사람의 뇌를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것이죠. 따라서 그건 가상현실을 총괄하는 당신께서 마음만 먹으면, 그 가상현실에 접속한 모든 이의 뇌를 컨트롤하거나 심지어 폭발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안 할 거니까."

웃기는 대답이었지만 이에 화제를 돌려야했다. 마법사의 인격을 대대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 그건 양심 문제겠죠. 그리고 가상현실이 생김으로써 약속된 사후세계가 열렸죠. 사후 뇌를 가상현실 캡슐 속에 박아두기만 해도 그 가상공간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이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오만으로 보일 수 있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신이 일단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아두질 않았는데 안 하는 게 바보인 거지."

개똥철학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종교적인 것 역시 파고들기는 곤란하다. 화제를 또 다시 바꿔야했다.

"가상현실은 너무나 즐겁고 달콤한 공간이에요. 너무나 말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들이 현실을 잊게 될 겁니다."

"그래서 마을에선 NPC고 유저의 캐릭터고 간에 죄다 닉네임이 나타나게 해놨죠. 그랬는데도 현실 잊어버리면 그건 그냥 가상현실 같은 거 없어도 홀로 방에 틀어박혀 살 놈이고."  

그 후로도 여러 질문이 오갔지만 그건 사람들이 보기에 압도적으로 마법사가 유들유들하게, 하지만 상대방 측으로선 껄끄럽게 리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회담은 볼품없게 끝났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제 162회 세계 정상 회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162번, 그렇게나 많이 열어봤는데도 딱히 요령 같은 게 생기지 않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회담 종료 후, 화마수는 황가림을 따로 불렀다.

화마수와 황가림 모두 순간이동기를 가지고 다니는 일반적인 문명인이었고(심지어 한 명은 그 발명자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 장소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둘 모두 같은 장소에 이동할 수 있었다.

둘이 순간이동한 곳은 지금은 아직 일반인들의 자유 출입이 금지된, 하지만 곧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광 유산으로 활용될 예정인 황궁이었다.

화마수는 황가림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 동안 별 고 없으셨습니까, 황태자 전하?"

"별 거 없었고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칼 제국 난쟁이 재상 아저씨."

화마수는 노골적으로 툴툴 거렸다. 하지만 입 밖으로 무언가 욕설을 꺼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도 이해할만하다. 화마수는 괴짜인데다 나름 천재적이기까지 한 황태자를 어릴 적부터 모셔온 신하인 동시에 제국의 명재상이었고, 황가림은 황태자였다. 둘의 관계는 퍽 상하 구분적인 것이었다. 본인들로선 원하든 안 원하든 간에.

황가림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삐치신 거에요?"

"그럼 안 화날 수가 있겠습니까? 제 발로 제 복을 걷어차시던 분에게."

"글쎄…… 뭐가요? 어느 날 풀로 종이 붙이고 철사 연결하다가 발명한 순간이동기를 그대로 세계에 공표해서, 황실의 주요 사업을 박살내 버린 거요? 아니면 황제 자리를 만인 앞에서 가치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걷어찬 거요? 내가 생각하기론 둘 다 내 복을 걷어찬 건 아닌 거 같은데."

"둘 다 맞습니다."

"아니에요."

"맞습니다."

"아니라니깐……."

말끝을 흐리며 황가림은 싱긋 웃어보였다.

황가림은 태어날 때부터 운 좋게 가지게 된 지위가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제 가치를 증명해보겠노라 했던 게 아니었다. 재능이나 능력 역시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론 재능이든 지위든 노력의 가능 여부든 간에 모조리 그저 운일 따름이다.

황가림은 그저 (학교에서 열린) 과학 발명품 경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 시상식의 사회자가 할 법한, '좋은 작품입니다. 아이들다운 창의력이 돋보이는군요!'……. 이러한 우승자의 업적을 터무니없이 비하하는 말 따위를 듣고 싶지 않았지만 우승은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발명된 순간이동기를 가지고 생색 내고 싶진 않았던 것이고 말이다.

또 황제 자리는 세계 제일의 대마법사 자리를 노리는 진로에 그리 적당해보이는 자리가 아니었다.

단지 그뿐이다. 유감, 미련, 후회는커녕, 황제 즉위식때 벌였던 그때 그 일을 다시 반복해보라면 귀찮음만 가득할 뿐인 거였다.


Comment ' 12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2 19:56
    No. 1

    잘 보았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고 말이죠. 이야기 자체도 복잡하고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비문도 섞여있고. 더 다듬으셨다면 좋은 글이 되셨을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3 23:26
    No. 2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4 17:28
    No. 3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5 04:25
    No. 4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7 05:09
    No. 5

    잘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8 08:51
    No. 6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8 20:12
    No. 7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9 16:00
    No. 8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30 15:16
    No. 9

    잘난 놈 하나가 혼자서 다 해먹는 이야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31 17:58
    No. 10

    꽤나 흥미롭고 재밌는 글이엇습니다.
    판타지의 배경에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를 잘 섞고 인물 구성도 좋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31 23:32
    No. 11

    콩트가아니라 단편작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4.22 17:56
    No. 12

    헐. 이거였나요? 설마 세계관 공유라던가?ㄷㄷㄷ ㅋ
    잘 보고 갑니다.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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