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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강을 오르는 연어 떼

작성자
익명
작성
10.03.20 19:53
조회
2,349

  피의 강을 오르는 연어 떼

2008년 12월 8일 월요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있는 oo아파트에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3명이 투신자살했다.  유서에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으로 보아 경찰은 단순 자살로 보고 있다. -11월 22일 자 oo일보

평소 이런 기사를 보면 그냥 남의 이야기, 나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기사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무섭고 슬픈 이야기다.  

기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2008년 12월 8일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자살했다, 아니  살해당했다.   그 기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친구 강산, 현준, 준기이다. 나는 고아다. 7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10년 간 동생과 단 둘이 살아야했다.  다른 이들은 나를 부모없는 고아라고 무시했지만 단 세 명은 남들과 달랐다. 그 세 명은 아무것도 잘난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나에게 유일하게 진심으로 대해줬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갑자기 죽었다. 무섭다······. 또다시 혼자가 되어 버렸다.

사실 친구들이 죽기 3일 전쯤에 준기가 메신저로 나한테 물어봤었다.

“너 죽고 싶지 않아?”

그 때 말렸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장난으로 여기고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죽으려면 너 혼자 죽던지 ㅋㅋㅋ”

1분 정도가 흐르고 답이 왔다.

“강산, 현준이도 같이 죽기로 했는데······.”

나는 이번에도 장난으로 여기고

“그럼 너네끼리 죽으면 되겠다. ㅋㅋㅋ 아!  너 다음 주까지 안 죽으면 이번에 산 빨간 후드티 나한테 주는 거다? 대신 죽으면 내 pmp 줄게 ”

라고 보냈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끝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괜히 장난 쳤다가 빨간 후드티를 주기 싫어서 답장이 없는 줄 알았다. 그 때 그 말이 내가 준기한테 한 마지막 인사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처음 친구들이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될 때에는 매우 충격적 이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현준이는 그 날(2008년 12월 9일) 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원래 마이페이스이긴 했지만 웃음이 정말 많았다. 그 날도 야자를 빠진 것 빼고는 정말 다른 것이 없었는데······. 오늘도 친구들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친구들이 죽은 지 3일 째 되는 날.   이놈의 학교가 친구 3명이 죽었는데도 가족이 아니라고 빠지게 되면 무단결석 처리한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결국에 나와야만 했다. 한창 수업을 하는데 4교시쯤에 어떤 남자가 교실 문을 열고 담임에게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박성민 학생이 누구지?”

박성민이 누구냐? 그건 바로 나다. 순간 반 애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전데요, 누구시죠?”

나는 그 남자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그 남자는 자신을 파주경찰서 소속의 형사라고 소개하고는 내가 믿지 않을 까봐 자신의 공무원증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증에는 형사 하정훈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필요 없는 일을 한 것이다.

‘3일전 자신과 가장 친했던 친구 셋이 모두 자살하고 나 혼자 살아있는데 학교 수업 중에 찾아와서 자신이 형사라고 증언 좀 부탁한다고 하면 대한민국의 어느 누가 그 사람이 형사가 아니라고 의심을 할 것인가?’

라고 생각하던 중에 형사가 나에게 교장에게 허락 받았으니 학교 상담실로 가자고 했다.

상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서는 놀랐다. 고급 소파에 테이블 창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있고 화이트 톤의 꽃무늬 벽지에 천정에는 비싸 보이는 샹들리에가 달려있었다. 우리학교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학교 상담실은 형식적으로는 학생들의 고민을 교사들이 들어주는 곳이지만 우리학교는 상담실에 학생이 출입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그래서인지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문득 다른 생각이 났다.

‘학교에 이런 곳을 왜 만든 거야? 학생들한테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서는 교육청에서 온 사람들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이런 곳에서 학생들이 상담을 한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 분명할거야.’

“이봐, 학생?”

젠장, 저 형사 나를 부르고 있었다.

“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몇 번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

“아니, 그냥 좀 생각하고 있는 중······.”

하정훈 형사는 내 말을 끊고 말했다.

“아아 말 안 해도 되,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그럴 만 해. 일단 앉자”

하지훈 형사는 말을 마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따라서 앉았다

“아 그런데 저기..... 아픈 기억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어쩔 수 없어서······.  사실 너한테 그 친구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거야”

하지훈 형사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한손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거기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싫었으면 애초에 오질 말던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짜 미안한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든 나는 바로 질문했다.  

“물어 보고 싶은 게 뭐죠?”

나의 당연한 질문에 하형사는 이제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그게 말야, 너의 친구들이 죽기 전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알고 있니?”

나는 몇 초 동안 고민을 하다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있기는 한데 거의 없었어요.”

“그게 뭔데?”

“일단 3일전에 준기랑 메신저를 했었거든요, 그 때 준기가 죽는다고 했었는데 전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응, 그건 알고 있어. 또 다른 건 없어?”

“글쎄요. 현준이가 그 날 야간자율학습 빠진 것 하고, 또......  아!! 강산이가 원래 여자친구랑 사이가 좋았는데 5일 전쯤에 갑자기 미안할거 같다면서 헤어지고 싶다고 하고는 결국 다음날 헤어졌었어요.”

“음, 그건 그렇고 친구들이 왜 자... 아니 죽었는지 , 평소에는 어땠는지 궁금한데?”

하형사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려다가 그것이 나에게 상처가 될 것 같다고 생각 했는지 ‘죽었다’라고 수정했다.

“누구부터 말할까요?”

“아무나 상관은 없는데, 너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던 최현준 학생부터 말해줄래?”

“네, 일단 현준이부터 말할게요.”

그러고서는 형사에게 현준이의 생활이나 평소 고민거리등을 이야기 했다.

“현준이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였어요. 현준이는 그 때 반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 매번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어요. 제가 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돼서 친구가 전혀 없었는데 저한테 처음 말을 걸어 준 게 현준이 였어요. 그 뒤로 자주 이야기 하다가 친해지게 됐죠. 그 때 현준이는 지금보다 자존심이 세고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진 않았고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성적이 좋고 잘 생겨서 싫어하는 애들은 거의 없었어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말을 꺼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현준이는 나와 강산, 준기랑 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붙어서 놀았는데도 전교 1등이였어요. 공부를 전혀 하지도 않았는데도 전교 1등이 나오는 전형적인 머리 좋은 엘리트였죠. 그런 현준이가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1학기 중간고사에서 등수가 전교 8등으로 떨어졌었어요. 저나 주위 친구들 같은 경우 전교등수 8위정도 떨어진 것은 별일 아니였지만 항산 1등만 하던 현준이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인 것 같았어요. 그 때 현준이가 처음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됐었죠. 그날 이후 현준이는 친구들과 잘 만나지도 않고 밤낮으로 공부만 했었고 그 결과로 3개월 후 본 기말 고사에서 다시 전교 1등이 됐어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현준이는 다시 공부 하는 것이 줄어들고 우연히 친구에 의해서 접하게 된 만화에 빠지게 돼서 결국 완전히 공부를 하지 않았어요. 중학교 2학년을 통째로 날려버린거죠. 그 때 안 사실이지만 현준이는 뭐 하나에 빠지게 되면 자신이 질릴 때까지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해요. 뭐 당연한 결과지만 성적은 점점 떨어져서 3학년 2학기에 본 시험은 전교 164등을 했어요.”

“응, 그 이후는?”

“현준이는 공부에 신경을 안 쓰기는 했지만 등수에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니였어요. 원래 성격이 자존심이 강하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던 거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선택하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이 가는 청당 고등학교하고 공부 못하는 애들이 많은 금영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현준이는 더 이상 자존심 상하는 것이 싫은지 청당을 갈수 있는 성적이 되는데도 금영을 갔어요. 그렇지만 가서도 공부 안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당장은 등수가 좀 높아보여도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어요. 1학기도 그냥 허무하게 날려버린 현준이는 2학기에 들어서는 학교도 자주 빠지곤 했어요. 현준이가 그러던 중에 우리 중에서 가장 공부를 못하던 강산이가 공부를 엄청나게 하더니 결국 큰일을 내버렸어요. 2학기 11월 모의고사에서 강산이가 현준이 성적을 넘겨버린거에요. 현준이는 그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어요.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냐면서 친구들 앞에서 굴욕도 주고 집에서는 가족들이 말이 많이 줄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기말고사 볼 기간이 되니까, 다시 굴욕당하고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결국엔 죽은 것 같아요.”

“그랬었구나, 학교에서는 그냥 성적도 평범하고 학교 자주 빠지는 학생으로만 알려줬는데······.  그럼 강산이는 어땠니? 아까 말하는 것 들어보니까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네, 맞아요.  근데 강산이한테도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뭔데?”

“강산이는 원래 저와 준기, 현준이에 비해서 성적이 많이 낮았어요. 물론 자신이 노력을 많이 안했던 점도 있지만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중학교 1학년 시절 강산이의 목표는 ‘현준이를 따라잡는 것’ 이였는데 잘 되지 않았죠. 강산이는 중학교 2학년 2학기부터 정말 미친듯이 공부만 했어요. 학교에서도 친구와 놀지도 않고 책만 들여다봤고 학교 끝나고서는 새벽까지 학원다니고 그랬죠. 그러다가 3학년 때는 저와 준기를 따라잡고서는 결국에는 청당 고등학교에 붙었어요. 그 때 까지는 좋았는데······. ”

“그 때부터 무슨 일 있었구나?”

“맞아요, 강산이는 청당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들어가보니 전부 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 밖에 없었죠. 들어가자마자 본 3월 모의고사에서 전체 360명 중에서 342등을 했어요. 강산이는 그 일에 충격을 받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었었죠. 그런데 같은 반에 전교 1등을 한 정용운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강산이가 학교에서 놀거나 쉬지도 않고 공부만 하니까 좋게 보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는 듯 싶었는데, 1달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강산이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공부도 못 하는게 공부해서 뭐 하냐면서 툭툭 치고 가는 것이 전부였는데 강산이가 별로 신경을 안쓰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니까 도가 점점 심해졌어요. 나중에는 친구들을 모아서 강산이를 막 때리고 그랬어요.”

“학교나 경찰에 신고 하면 되는거 아니니?”

“물론 학교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었죠, 그런데 그 때마다 김용운은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면서 강산이가 괜히 다른 사람한테 맞고 와서 자기가 질투 나니까 덮어씌우고 있다고 했죠.  학교와 경찰에서는 그 말을 믿었어요.  성적도 최 하위권에 학교에서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강산이의 말 보다는 전교 1등에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평판이 좋은 김용운의 말을 믿는게 당연하다 생각 했겠죠. 그 일 때문에 강산이는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서 반성문을 여러 번 쓰고 학교에서는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죄 없는 학생을 모욕했다면서 한 달 교내 봉사하라고 징계를 내렸어요.  강산이는 억울했지만 자기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있지 않아서 그냥 참고 했어요. 그러고는 자기가 다른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것은 성적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정말 잠도 자지 않고 공부만 했어요.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도 듣지 못하고 학교주변 청소를 하면서 집에 와서는 공부만 했죠. 결국에는 자신의 예전 목표였던 현준이를 따라잡는 것에 성공 했죠. 2 달 만에 전교 등수가 250등이나 오른 강산이를 못마땅해하던 김용운은 강산이가 자기 답안지를 베끼는 것을 봤다면서 교장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했어요. 그 때문에 강산이는 교무실을 왔다 갔다 했었어요. 그리고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부정행위로 0점 처리되고 3개월 정학을 당했어요. 강산이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학교에서는 김용운의 말만 믿고 강산이의 말은 듣지도 않았어요. 강산이는 그 일에 충격을 받고 이 세상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니 결국에는······. ”

“그래,  그만 됐어······. ”

하형사는 뭔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럼 준기라는 친구도 비슷한 이유니?”

“아뇨, 준기는 다른 친구들이랑 좀 달라요.”

“어떤데?”

“준기는 예전부터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장래희망이 음악하는 것이었고 준기는 공연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어요. 학교에 가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준기의 목표는 보컬이었는데 보컬과 시험에서 떨어지게 되었고 포기하려던 차에 공·예·고 의 교감선생님이 준기한테 그냥 아무 과라도 들어오라고 , 들어오면 자기가 1개월 내에 보컬과로 넣어주겠다고 해서 관심도 전혀 없는 미술과로 해서 입학하게 됐어요. 그러다 1개월이 지나고 준기는 교감선생님에게 1개월이 지났으니 보컬과로 넣어달라고 말 했는데 교감선생님은 시간이 조금만 더 필요할 것 같다고 2주 만 더 기다려 보라고 했어요. 준기는 교감선생님의 말을 믿고 2주를 더 기다렸어요. 하지만  교감선생님은 자기가 보컬과로 넣으려고 했는데 이사장이 안 된다고 했다면서 2학기만 되면 바로 넣어주겠다고 했어요, 준기는 전학가려고 했지만 교감선생님이 준기의 엄마한테 전화해서 자기만 믿어보라고 하면서 설득을 시켜 2학기 까지 기다리게 됐어요. 그 동안 준기네 반 담임한테 많이 혼나고 망신도 당했다고 했어요. 준기가 미술과를 선택해서  반 담임선생님은 미술과 선생님이었는데, 준기가 미술과에서 보컬과로 옮기게 되면 자신의 수당이 줄게 되니까 준기에게 음악을 포기하라면서 구박도 하고 방과 후 음악 학원을 다니는 것을 알게 되자 야간 자율학습을 갑자기 시키고 했어요.  미술과는 다른 과보다 등록금이 120만원 더 비싸거든요. 준기는 교감실에 가서 담임이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면서 보컬과도 넣어준다고 하고 넣어주지도 않으면서 교외에서 하는 연습도 못하게 하는 게 어디있냐고 빼달라고 했지만 교감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면서 1주 동안 준기가 뜻을 굽히지 않자 마지못해 봐주는 것 처럼 일주일에 3일 빼준다고 했어요. 그 때문에 준기는 마음의 고생을 많이 하고 전에도 보컬 가기 힘들었는데 다른 이들은 점점 연습해서 실력이 올라가고 있지만 자기는 그대로, 아니 점점 떨어지게 되니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참고 또 밤에 잠도 줄여가면서 연습을 하다가 2학기가 됐을 때 준기는 교감선생님한테 이제 2학기가 됐으니 보컬로 넣어달라고 했어요. 교감선생님은 알았다고 하면서 넣어줄 테니 1달 만  기다려 보라고 했다가  교감선생님은 갑자기 보컬과 인원이 다 차 버렸다면서 2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준기는 학교를 전학가려고 하다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 2달을 버티자고 생각하고는 악착같이 버텼어요. 2달이 다 돼서 교감선생님에게 다시 넣어달라고 하려고 교무실에 가던 준기는 우연히 출석부에서 자신의 이름이 미술과가 아닌 보컬과에 있는 것을 발견 했었다고 해요.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준기는 이사장에게 물어봤는데 자기가 원래 보컬과로 돼 있었다고 했데요. 준기는 이 사실을 부모님한테 말하고는 같이 교감선생님에게 갔어요. 교감선생님에게 왜 이렇게 되어 있었냐고 묻자 자기도 몰랐다고 했다고 했어요. 준기는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지만 꾹 참고   보컬과로 넣어주겠다고 했으면서 자기가  보컬과인지 미술과인지도 몰랐다는게 말이 되냐고 물어봤데요. 그러자 교감선생님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계속 그럴려면 전학을 가라고 했데요. 준기와 준기 부모님은 어이가 없어서 경찰에게 신고를 했어요. 경찰이 오자 교감선생님은 사실을 인정했다. 교감선생님은 경찰 조사에서  미술과 담당 선생님과 짜고는 준기와 준기의 부모님에게는 미술과라고 통보하고는 등록금을 120만원 더 받고는 학교에는 보컬과라고 등록을 해놓아서 남은 차익을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가져갔다고 했다고 했어요. 준기네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은 그 날 이후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요. 준기와 준기부모님은 학교 이사장에게 가서 어이없이 돈을 내었으니 다시 돌려달라고 했었데요. 그런데 이사장은 교감선생님하고 담임선생님한테 책임이 있지 자기한테는 전혀 책임이 없다며 절대로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했데요. 마지막으로 준기와 준기부모님은 이 사실을 언론사에 알린다고 하자 이사장은 이제야 돈을 돌려주었다고 해요. 돈을 돌려받고 준기부모님은 준기를 전학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미 1년을 허비해버려서 자기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생각한 준기는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자신의 꿈이 날라가 버린 것 같아서 초조하다고 했었어요. 그렇게 매일 슬퍼하고 사람들을 못 믿다가 몇 일전에 현준이와 강산이랑 같이 죽은 것 같아요.”

말을 끝낸 나는 무심코 하정훈 형사를 봤다. 놀랍게도 하정훈 형사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왜 자기가 우는지 모르겠다. 지금 가장 슬픈 사람은 그 어떤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인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나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자 하정훈 형사는 나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주면서 말했다.

“자, 받아. 내가 너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사실은 옛날에 내 친구도 자살했었거든······.”

그런 거짓말은 안 믿는다. 뭐 내가 우니까 마음이라도 약해져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그게 어디 흔한 일인가? 하지만 믿고 싶다. 주변에 단 한명이라도 지금의 내 처지를 이해해주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저 형사에겐 그럴리도 그럴수도 없다. 저 형사는 지금 당장 울고 있는 나를 보니 마음이 아팠을 뿐이리라. 하지만 1달 아니 1주 만 지나면 새로운 사건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 따위는 잊어버리고 다시 그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척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조금씩 눈물을 그쳤다. 내가 눈물을 그치자 하형사는 말을 꺼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이제 가도 좋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니 보고 싶었는지 하형사가 노트북으로 쓰고 있는 내용을 슬쩍 보았다.

‘단순 자살’

이 단어를 읽은 나는 순간 멍 해졌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착한척하고 불쌍하다는 듯이 눈시울까지 붉혔으면서 결과로 쓰는 것은 고작 단순자살. 역시 사람은 믿을게 못 돼나 보다. 나는 그 자리에 더 있으면 형사를 향해서 주먹이라도 휘두를 것 같기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나는 교실로 들어가 가방을 들고는 바로 나왔다.  교실 쪽에서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친구들이 죽은 장소로 향했다.

그 곳에 도착한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 내리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에서 동생이 떠올랐다.

‘젠장’

나란 놈은 친구들처럼 용기가 없는 모양이다. 1초 전 까지만 해도 죽으려고 하다가  내가 죽으면 동생이 지금의 나처럼 될까봐 차마 뛰어내리지 못하겠다. 옥상 위에서 머뭇거리던 나는 그냥 포기하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준기의 장례식장에 들렸다. 나는 준기의 영정사진 앞에 나의 pmp를 올려놓고는 속삭였다.

“네가 이겼어, 그래서 기분 좋냐? 나는 네가 부럽다. 나는 이 사회보다는 죽음이 더 무서운가 보다. 잘 있어라.”

말을 끝낸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남의 속도 모르고 항상 푸르다. 내 마음이 붉을 때도 어두울 때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하늘이 좋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동경하고 가지고 싶어하는 것 처럼 말이다.    

‘집에 가서 공부나 해야겠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이다. 나는 죽는 것이 두렵다. 그러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들은 피의 강을 오르는 연어 떼와 같다. 잔혹하고도 더러운 물인 것을 알지만 꼭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죽는 것이 무서우니 사회의 룰을 따라야겠다. 그것의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체·····.’


Comment ' 6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2 20:31
    No. 1

    확실히 '단순' 자살은 아니군요... 잘봤습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3 00:26
    No. 2

    ㄱㅊ은 작품이네요. 수정 좀 하면 더 ㄱㅊ아질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3 15:33
    No. 3

    전 주인공이 진짜 신기했어요. 친구들이 왜 죽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이 가능하다니(;;;;;;;;) 설마 빙의라도 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세상은 원래 이러니까 별 수 없지, 그냥 살아' 의 결말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9 10:28
    No. 4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씁슬하긴 하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29 21:37
    No. 5

    나한테 아무리 중요한 일이어도 남들에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죠. 그게 당연한 거예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익명
    작성일
    10.03.30 06:57
    N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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